황모 씨(56)는 2010년 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서울 영등포구에 편의점을 차렸다. 가맹본부 개발팀 직원은 “하루 150만 원 매출은 거뜬하다”고 설명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올해 5월 새로 지어진 옆 건물 1층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자 손님은 더 줄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부인과 번갈아 가며 밤 근무를 하지만 한 달에 순이익 150만 원을 챙기기도 빠듯하다. 황 씨는 “밤낮으로 일하느라 몸만 축나고 있다”며 “그만두고 싶어도 1000만 원 가까운 위약금이 문제”라고 털어놨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등의 자영업자 창업이 부쩍 늘어난 데다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맹점 확장 경쟁이 더해져 발생한 ‘편의점 버블현상’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으로 개별 점포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경기가 더 악화되면 거품 붕괴와 함께 급속한 퇴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 1년 만에 4000개 넘게 증가
5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체인 형태 편의점은 총 2만1221개로 2010년(1만6937개)보다 25% 급증했다. 편의점 수는 2006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점포 수가 급증하는 반면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했다. 점포당 연간 매출액은 2006년 5억 원에서 2008년 5억2000만 원까지 늘었다가 2011년에는 4억78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CU(옛 훼미리마트)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이 2008년 5억44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900만 원으로 3년 새 3500만 원가량 급감했다고 5일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2008년에 비해 2010년 매출액이 2년 만에 3800만 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점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내놓은 ‘위험산업리포트’에 따르면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부실 편의점의 비율이 지난해 말 4.8%에서 올해 8월 말 9.5%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헌철 신보 산업분석팀장은 “8월 말 전체 업종의 평균 부실률(5.9%)에 비춰 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 프랜차이즈 과열경쟁 줄여야
편의점은 식당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특별한 기술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을 하려는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가맹본부들이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영업경쟁을 벌이기 위해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점포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점포를 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본부가 점포 매출총이익의 30∼70%를 로열티로 챙겨가는 편의점 업계의 관행도 적자 점포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개별 점포의 매출이 줄어드는데도 업계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CU나 GS25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20%가량 늘었다.
공정위도 편의점의 과잉팽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 측은 “편의점 간 영업거리를 제한하는 등 모범거래기준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과 제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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