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천국 이스라엘 못잖은 한국인 네트워크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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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 우주인 후보서 창업지원재단 운영자 변신한 고산씨

“이스라엘은 창업국가로 유명하죠. 이유가 있어요. 세계에 뻗은 유대인 네트워크 덕분입니다. 앞으로 이스라엘 못잖은 ‘한국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 후보로 뽑혔으나 훈련규정 위반으로 물러난 뒤 창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재단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로 활동 중인 고산 씨. 타이드인스티튜트 제공
우리나라 첫 우주인 후보로 뽑혔으나 훈련규정 위반으로 물러난 뒤 창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재단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로 활동 중인 고산 씨. 타이드인스티튜트 제공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36)는 한국 청년들에게 창업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스프링보드’라는 창업 행사를 연다. 창업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 벤처기업(스타트업)이 투자자와 멘토를 만나 자금 지원과 조언을 얻게 도와주는 행사다.

고 대표는 지금의 직책보다는 ‘한국 첫 우주인 후보’로 유명하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에 나갈 기회를 막판 이소연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넘겼지만 이후 과학기술정책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1년 만에 휴학하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재단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세웠다.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직전 10주 동안 집중 교육을 받았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싱귤래러티대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세운 이 대학은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는 교육기관이다.

고 대표는 “싱귤래러티대는 첨단 과학기술 트렌드 등을 가르치면서 기업가정신을 통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기업가정신’과 ‘창업’이란 키워드가 한국 이공계 인재정책의 탈출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공공정책을 더 배우고 싶었던 이유가 한국의 이공계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였고 이곳에서 다른 접근방법을 배운 셈이다.

9∼11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청년들을 위한 창업행사 ‘스타트업 스프링보드’가 열린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즉석에서 팀을 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드는 행사로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행사에 참가한 팀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타이드인스티튜트 제공
9∼11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청년들을 위한 창업행사 ‘스타트업 스프링보드’가 열린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즉석에서 팀을 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드는 행사로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행사에 참가한 팀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타이드인스티튜트 제공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보다 쉽게 글로벌 무대로 나갈 수 있으려면 선배들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말 세계적으로 불었던 이른바 ‘닷컴버블’ 속에서 한국 벤처기업인들도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그들 가운데 성공한 사람이 꽤 나왔다. 고 대표는 “10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딛고 올라설 ‘발판’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에도 이런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번 행사에는 DFJ, 월든인터내셔널, 트랜스링크 등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참여해 심사를 맡고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이 조언을 하는 멘토 역할을 자청했다. 고 대표는 “본인들이 실리콘밸리에 올 땐 아무 연고가 없어 괴로웠지만 이젠 스스로 ‘비빌 언덕’이 되겠다고 나선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스프링보드는 지난해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렸다. 올해도 미국과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고 대표는 “이 행사를 정기적인 연례행사로 만들어 세계 각국의 한국인 기업가들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연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시선만 밖으로 돌린다면 기회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대기업의 기여가 분명히 있는데 내수시장에서 빠져 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며 “그러면 창업가들은 글로벌 시장을 봐야 하고 이때 필요한 건 해외 문화에 밝은 조력자인데 타이드인스티튜트의 한인 네트워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창업#고산#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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