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임박해지면서 유력 후보자들이 잇따라 금융 관련 정부 조직 개편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타깃이 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조직 개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4일 금융위 폐지와 금융정책기능의 기획재정부 이관, 금감원 이원화 등을 담은 금융산업 및 감독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금융 조직 개편을 적극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은 금융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금융 업무에 국제금융 업무를 더해 ‘금융부’로 격상시키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금융위를 없애고, 재정부에 흡수시키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형태다.
후보 간 개편안이 크게 엇갈리면서 두 기관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의 논리 싸움도 치열하다.
김 위원장은 7일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 ‘10년 후를 내다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금융위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행 금융 행정체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위기대응프로그램도 잘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정책, 예산, 세제, 금융 등 4개 기능에 따라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4개를 합친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등 모든 조합을 다 해봤지만 현행 체제가 가장 나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경제의 통합과 금융국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정책을 분리 운영하면서 국내시스템이 책임성 있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가 흡수해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그 대신 금융 조직 개편의 칼날을 금감원으로 돌렸다. 금융 감독의 건전성감독과 시장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금융정책은 금융소비자보호에 미흡했고, 그 결과 KIKO 피해와 부실 저축은행 사태 등을 낳았다”며 “앞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정비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 원장은 “금융위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감독원의 이원화에는 반대한다”며 김 위원장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권 원장은 “(현 정부에서) 금융정책이 금융위로 떨어져 나오면서 재정부 장관이 제대로 된 세제 관련 정책을 펼 수가 없었다”며 “세제정책에서 금융정책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며 금융위 폐지론을 거들었다.
또 권 원장은 감독원 분리론에 대해서는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조직을 나누기보다는 통합 감독하는 형태가 맞다고 본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금감원 조직을 2개로 나누면 인력이 반으로 쪼개져 운영에 어려움이 있고, 2개 감독원이 경쟁적으로 중복 감독을 할 우려가 발생하는 등 비효율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두 금융기관장의 행보에 대한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금융소비자원 설립 등 중요한 금융 정책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혼선을 빚었다”며 “금융 조직 개편이라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서 자기 조직에만 유리한 주장을 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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