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보조금 경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9월 ‘17만 원짜리 갤럭시S3’로 상징되는 출혈 경쟁을 벌인 지 겨우 두 달 만이다.
통신사들은 최근 일제히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률은 급감한 ‘속 빈 강정’ 격의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에도 연속으로 당기 순손실을 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합쳐 3분기에만 2조3034억 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 탓이다.
마케팅 비용의 90% 이상은 대리점에 주는 판매촉진 수당과 가입자에게 주는 단말기 보조금이다. 대리점은 수당의 대부분을 다시 보조금으로 돌려 가입자를 늘린다. 결국 2조 원 넘는 돈이 서비스 경쟁 대신 단말기 판매에 쓰인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문제를 지적하자 통신사들은 모두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이제는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은 방통위 조사가 뜸한 주말을 틈타 대리점에 구두로 보조금을 약속하며 ‘변칙 보조금’ 영업을 하고 있었다.
최근 일부 통신사 대리점은 삼성전자의 최신 기종인 ‘갤럭시노트2’에도 약 40만 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공짜 폰’, ‘현금 지급’ 등 광고판을 세우고 구형 스마트폰에 60만 원의 번호이동 보조금을 주는 대리점도 있었다. 통상 보조금은 30만 원 수준이다.
문제는 통신사의 이런 보조금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길든 탓에 이젠 보조금 없이는 시장이 꿈쩍도 않는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갤럭시S3’를 17만 원에 팔았던 9월 둘째 주에는 68만 명 이상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번호이동을 했다. 평균적인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하루 2만 명, 영업일 기준 1주일에 10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 보조금이 뚝 끊겼던 9월 말∼10월 초에는 번호이동 가입자 수도 확 줄어 10월 첫째 주엔 5만 명이 번호이동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변칙 보조금이 늘자 번호이동 가입자도 조금씩 늘어 넷째 주에는 17만 명을 넘어섰다. 방통위는 하루 2만4000건 이상 번호이동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시장 과열로 본다.
통신사들은 서로 남 탓을 하고 있다.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한 가입자에게 위약금을 물리는 SK텔레콤이 가입자가 줄어들자 보조금 전쟁을 시작했다”거나 “‘아이폰5’를 팔지 않기로 한 LG유플러스가 보조금으로 선제공격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한 통신사 관계자는 “3분기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로 이제 여력도 없는데 소모전을 벌이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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