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내놓은 ‘2060년까지 세계경제 장기 전망’ 보고서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맞게 될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단기간의 성장률 둔화나 산업생산 부진은 각종 경기부양책, 통화정책 등 ‘처방’을 내릴 수 있지만,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에 따른 성장률 저하는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재정만 많이 투입되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향후 20∼30년간 합계출산율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를 어느 선에서 막겠다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감소의 폭과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큰 문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1년 72.5%에서 2060년 52.3%로 2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미국의 감소폭 7.1%포인트(66.6%→59.5%), 독일의 11.3%포인트(66%→54.7%)보다 훨씬 크다.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는 성장률 둔화와 직결된다. OECD는 2031∼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장기전망을 연평균 1%로 예상해 42개 조사 대상국 중 룩셈부르크(0.6%) 다음으로 낮게 잡았다.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2030년 이후 잠재성장률을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1%로 예측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경제의 ‘밑천’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이 줄어드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2060년까지 OECD 회원국의 민간저축률이 평균 5%포인트 떨어질 동안 한국은 포르투갈, 멕시코와 함께 10∼12%포인트 떨어져 하락률이 최대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년연장 등 정부의 고용정책들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은 일본, 포르투갈, 폴란드 등과 함께 ‘정부의 고용정책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떨어질 나라’로 지목됐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상황은 더욱 분명해진다.
OECD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 효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보너스’ 효과로도 불리는 인구배당 효과는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경제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책임져야 하는 노인 수)는 올해 16.1명에서 2060년 80.6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 ‘역(逆) 인구배당 효과’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전 세계적 성장률 둔화가 남유럽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등이 풀리면 끝날 ‘단발성 위기’가 아닌 생산가능인구 축소에 따른 ‘장기적 위기’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유엔 인구통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2005∼2010년(2.9%)을 마지막으로 2010∼2015년(―0.8%)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특히 유럽의 인구감소가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저성장 기조는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며 “일본이 2000년대 들어 고령화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게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