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취업문을 통과했어도 아직은 ‘원석’에 가까운 새내기 사원들을 ‘보석’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기업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하반기(7∼12월)에 채용한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교육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기업문화나 개성, 추구하는 인재상이 드러나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조직 DNA’ 먼저 심어주고
많은 기업이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우리 회사’라는 소속감을 심어 주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빨리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을 각 계열사로 보내기 전에 한데 모아 강도 높은 합숙연수를 받게 하는 그룹이 많다.
하반기에 약 4500명을 채용한 삼성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3주간 그룹연수 과정을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여기에서 삼성그룹의 가치와 직장인의 자세를 익히게 한 뒤 계열사로 보내 회사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고, 실무는 부서에 배치한 다음 직무교육(OJT)을 통해 가르치는 순서다. 포스코그룹과 롯데그룹은 신입사원 입문교육이 이보다 짧은 2주간이다.
1000여 명을 선발한 CJ그룹은 다음 달 24일부터 제주도 나인브릿지 골프장 내 콘도에서 11박 12일간의 합숙 입문교육을 실시한다. 신입사원들을 글로벌 일류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교육기간 중 하루는 ‘글로벌 데이’로 지정해 해외 전문가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선배들이 그룹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경기 용인시 신세계 인재개발원에서 9박 10일 일정으로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상 채용설명회’를 열어 신입사원이 인사 담당자의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역지사지(易地思之)로 회사를 빨리 이해하게 하는 과정도 있다.
○ ‘조직인 자세’ 익히게 하고
학생 티를 벗고 조직인으로서의 자세를 빨리 갖추게 하는 데 무게를 더 두는 기업도 있다. 과거 현대그룹의 전통을 이어 받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6주간 이뤄지는 현대·기아차의 신입사원 연수에는 등반, 행군 등 극기(克己)형 프로그램이 많다. 교육 내용 중 3, 4명이 조를 이뤄 야간에 지도를 보며 목표 지점을 찾는 ‘보행 랠리’와 60km 행군이 포함돼 있는 코오롱도 이런 유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상반기(1∼6월) 채용자를 대상으로 해병대 캠프를 진행한 바 있다.
이달 말 채용을 확정하는 현대중공업의 연수 프로그램은 ‘현장형’이다. 현대중공업 신입사원들은 조선소로 내려가 선박 건조의 기본인 철판 용접·절단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내년 1월 초 입문교육을 시작하는 대한항공도 신입사원들에게 예약·발권의 기초를 가르치고 부산, 제주, 인천 사업장을 견학하게 한다.
전통적으로 ‘인재 경영’을 강조해 온 LG그룹과 GS그룹의 교육 과정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LG그룹에서는 신입사원 개개인이 모두 강사가 돼 ‘인간존중 경영’에 대한 강의자료를 만들고 동기들 앞에서 강의한다. GS칼텍스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연수기간에 팀별로 만든 연극, 합창, 뮤직비디오를 시무식에서 전 임직원에게 소개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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