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가장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석간신문 ‘이브닝 스탠더드’는 최근 영국주택공사의 보고서를 인용해 “런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7.3% 상승했고 앞으로 10년 동안 주택 임대료는 50%, 주택 가격은 60%가 오를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주택공사 측은 “수급 불균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올림픽이 끝난 런던의 주요 상업 및 주택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템스 강 북쪽 전체가 부동산 투자 열기로 가득하다.
서울은 한강 이남의 특정 지역에 부가 집중되면서 고가의 건물들이 집결해 있는 반면 런던은 템스 강 북쪽 지역이 동서로 갈리며 부동산 시장의 이야깃거리를 양분한다. 서쪽은 웨스트엔드라 불리며 서울의 강남과 같은 문화와 소비의 중심지이다. ‘하이드파크’와 ‘해러즈백화점’이 있고 뮤지컬 극장이 밀집해 있다. 웨스트엔드는 메이페어, 켄싱턴, 첼시 등 3개 구역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은 ‘황금 삼각지대’라고도 불린다.
이 지역 부동산은 세계 경제 침체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중남 유럽 국가(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투자가들로부터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자국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 자국 통화(유로화)의 평가 절하 가능성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템스 강 북동쪽은 서울의 명동처럼 오래된 금융기관들이 밀집된 구역이다. ‘시티’라 불리는 이곳은 전체 면적이 260만 m²로 서울의 여의도(290만 m²)보다도 작다. 이런 곳에 세계 유수의 은행과 증권, 보험사가 모두 모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값도 매우 비싸게 형성돼 있다. 웨스트엔드 지역보다 세계 금융 환경에 민감하며 가격의 등락 폭도 크다. 임대 기간은 10년 이상 장기로 이루어지고, 임대 면적도 웨스트엔드보다 넓은 게 특징이다.
올 상반기 런던 지역 상업용 부동산 투자 건수는 2009년 전체 수치를 추월했다. 총 투자 금액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25 대 75이다. 런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체가 ‘밖에서 온 자본’인 셈이다. 이 외국인들은 유럽 국가와 영연방 국가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시아 투자가들도 활발하게 투자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투자가들의 금년 상반기 투자 실적으로 보면 건수는 5건에 금액은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에 달했다. 한국 투자자가 런던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국민연금이 HSBC 영국 본사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리먼 사태’로 가격이 떨어진 HSBC 건물을 7억70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에 HSBC에 17년 동안 임대하는 조건으로 사들였다. 이 건물은 영국인들이 자존심처럼 여기는 상징적인 건물이어서 거래 당시 화제가 됐다.
런던 부동산이 이처럼 꾸준하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비결은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뿐만 아니라 신뢰할 만한 법체계와 절세 혜택 때문이다. 런던은 법률, 회계가 발달한 도시다. 각국 부호들에겐 큰 수익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자산이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주요 서류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돼 있다는 사실도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부동산을 되팔 때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등록세(4∼7%)와 부가가치세(20%) 등을 감면받으며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점도 해외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사무용 건물을 임대할 때 10년 이상 장기간 계약하는 게 관행이고, 중간에 임대료를 협상할 때에는 상향 조정만 가능하도록 돼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런던 부동산 시장의 매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부호들과 장기 투자 철학을 가진 각국의 국부펀드, 연기금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향후 세계 경기가 호전되고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물투자나 대안투자를 고려하는 기관들의 타깃 시장이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