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내수침체와 중국과의 영토분쟁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 정부도 일본 경기하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국 및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일본 경제동향 및 향후 전망’ 자료에서 “일본은 국내외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로 2012년 하반기에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루 전인 12일 일본 내각부는 올해 3분기(7∼9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9%, 연율로는 ―3.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성장률이 대지진 이후 가장 낮아졌고 이러한 하강 국면이 연말까지 계속돼 4분기(10∼12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상 한 나라의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보다 상태가 나쁜 ‘경기후퇴’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기후퇴 양상은 경제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3분기 수출은 2분기보다 5% 급감했다. 유럽경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다 최근 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심해진 점이 일본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재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은행도 10월 30일에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제시했던 2.2%보다 0.7%포인트 내린 1.5%로 잡았다.
국내 경제에도 환율변동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9, 10월 연속 양적 완화를 이어가며 엔화 약세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수록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해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의 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만 일본이 과거 10여 년 넘게 경기침체를 이어온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난해 대지진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올해 초 잠시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보였을 뿐이며 다시 과거와 같은 장기 침체로 돌아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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