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는 올해 유례없는 출혈 경쟁을 벌였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 과도한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탓에 스마트폰 확산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이동통신업계 1인자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발표된 올 3분기(7∼9월) SK텔레콤 실적은 매출 4조125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3007억 원)은 46.4%나 줄었다. 이에 따라 주당 30만 원 선을 넘봤던 SK텔레콤의 주가는 한때 12만 원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출혈경쟁을 벌이던 이동통신시장에 나타난 변화의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이 잦아들면서 이동통신업계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가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변화의 주도권을 쥔 SK텔레콤이 주식시장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달 1일부터 3개 이동통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약정위약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2∼3년 약정을 통해 할인을 받은 뒤 다른 이동통신사로 옮겨갔던 가입자들은 이달부터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SK텔레콤에 이어 다른 이동통신사들 역시 약정위약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시장에 약정위약금 제도가 정착되면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도한 보조금 경쟁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LTE 가입자 유치 환경도 올해와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3G에서 LTE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유치하려는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이 격화됐지만 내년 하반기(7∼12월)가 되면 LTE 교체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동통신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동통신시장의 안정은 강한 시장지배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SK텔레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약정위약금 제도 도입으로 현재 2년에 못 미치는 휴대전화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보조금에 대한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며 “이 같은 시장 안정화로 SK텔레콤의 이익은 4분기에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LTE 가입자 수도 당초 목표대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LTE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으로 올해 목표로 했던 700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년에는 LTE 가입자 수를 130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LTE 가입자 증가와 마케팅 비용 감소로 내년에는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다시 2조 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실적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가운데 SK텔레콤은 내수 중심의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피가 4%가량 하락하는 사이 SK텔레콤 주가는 5.5%가량 올랐다. 14일 코스피시장에서도 SK텔레콤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 오른 15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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