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手史記 右手三國(왼손에는 사기를,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중국 고전의 대표적 저술가 밍더가 자신의 저서에서 주창한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처세와 전략을 다루는 삼국지와 ‘삶의 통찰과 지혜’를 주는 사기를 섭렵하라는 뜻일 게다.
필자는 고교시절부터 삼국지와 사기에 빠져들었다. 물론 삼국지를 먼저 읽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필자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가 지나치게 처세에 치우쳐 있다면 사기는 진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기는 이미 시중에 본기에서 열전까지 총 130편을 망라한 완역본이 나와 있고 또 각각 떼어내 풀이하고 의미를 재해석한 책도 수없이 나와 있다. 완역본을 모두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필자는 우선 이 가운데서도 사기열전 70편만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집단과 조직에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사의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역사와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사기를 애독하고 있다. 역사나 경영이나 결국 ‘인간’과 결부된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 내의 인간관계가 승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천리마를 고르듯 인재를 고르라는 ‘백락의 명마론’이나 ‘평진후주보열전’에 나오는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는가에 있고, 나라의 존망은 어떤 인재를 등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같은 여러 구절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증권업은 ‘사람장사’라고 할 만큼 인재경영이 중시되는 업종이다. 필자가 매년 직접 각 대학을 돌아다니며 채용설명회에 나서는 것도 인재를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사기가 필자에게 사람 보는 안목을 키워줬음은 물론이다.
온갖 역경을 견디고 3000년 전 중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 오늘에 이르게 한 사마천을 생각하며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사기를 한번 손에 쥐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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