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은 재활용 아닌 재사용해야 친환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용기순환센터 내 빈 병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수거한 병을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분류된 병은 주류 및 음료업체로 옮겨져 세척작업을 거친 뒤 새 제품으로 재사용된다. 사단법인 한국용기순환협회 제공
충남 공주시 정안면 용기순환센터 내 빈 병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수거한 병을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분류된 병은 주류 및 음료업체로 옮겨져 세척작업을 거친 뒤 새 제품으로 재사용된다. 사단법인 한국용기순환협회 제공
18일 오후 직장인 박민혁 씨(45·경기 용인시 수지구)는 현관에 모아둔 신문지와 빈 병 등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매주 일요일은 박 씨가 사는 아파트단지의 쓰레기 분리수거일. 그는 1주일 동안 나온 폐지와 플라스틱, 빈 병 등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분리수거장의 마대에 넣었다. 늘 그렇듯이 빈 병을 넣을 때는 혹시 깨질까 각별히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신경 써서 모았는데 버릴 때 깨지기라도 하면 ‘재활용’을 못하지 않겠냐”면서 “이렇게 분리수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에코라이프’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해했다.

○ 재활용? 재사용!

박 씨처럼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를 통해 1주일에 한 번 ‘친환경 생활’을 실천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폐기물 재활용이 반드시 친환경 생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빈 병 때문이다. 이날 박 씨가 ‘신경 써서’ 버린 빈 병들은 마대 통째로 수거 차량에 실린다. 차량은 여러 아파트단지에서 수거한 빈 병 자루를 아무렇게나 실은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으로 향한다. 덜컹거리는 차량 적재함에서 빈 병들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상당수는 파손된다. 천신만고 끝에 선별장에 도착해도 자루를 옮기고 빈 병을 쏟는 과정에서 또 깨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유리병만큼은 예외다. 유리병 가운데 소주병 맥주병 청량음료병은 재활용보다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재사용은 상태가 온전한 빈 병을 살균 및 세척한 뒤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재활용은 녹여서 다시 유리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스병 드링크병 우유병 등이 해당된다.

소주병이나 맥주병 청량음료병은 만약 조금이라도 파손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흔히들 가정에서 소주병에 기름을 넣어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세척이 어려워 재사용할 수 없다. 재사용을 하려면 가정은 물론이고 폐기물 수거 과정에서 남다른 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일 사단법인 한국용기순환협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고된 소주, 맥주, 청량음료는 약 52억 병. 이 가운데 회수된 빈 병은 약 50억 병으로 회수율은 98%가 넘는다. 그러나 회수된 병 가운데 파손이나 오염된 병은 15%로 7억5000만 병에 이른다. 빈 병 재사용 횟수도 5∼10회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재사용 횟수가 40∼50회가 넘고 일본은 재사용률이 94%에 이른다. 핀란드 캐나다의 빈 병 재사용률도 각각 98.5%와 96%에 이른다.

○ 유리병은 친환경 용기

국내 소비자들은 유리병 대신에 페트병이나 금속캔 사용을 선호한다. 무게가 가볍고 유리병처럼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보기 힘든 페트병 맥주가 국내에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트병이나 캔 사용이 늘면 이를 담는 비닐이나 종이상자 사용도 덩달아 늘어나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

유리병을 재사용하면 페트병이나 금속캔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다. 페트병 100만 개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어린 잣나무 6561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다. 금속캔 100만 개는 어린 잣나무 124그루, 유리병 재활용은 1250그루를 심어야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반면에 유리병 재사용은 잣나무 15그루 정도의 온실가스만 배출된다.

한국용기순환협회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위해 소비자들이 빈 병을 쉽게 반환할 수 있도록 수도권 등지의 대형마트 10여 곳에 ‘빈병보증금환불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에 빈 병을 가져가면 개당 20∼300원씩의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6월에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국내 1호 용기순환센터가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1만2000∼1만5000병이 이곳을 거쳐 재사용된다. 이곳에는 국내 유일의 빈 병 재사용 홍보관인 ‘생명 담은 빈병 이야기’도 운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빈 병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용기순환센터는 전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박연수 한국용기순환협회 부회장은 “음료나 술을 마시고 난 뒤 가까운 마트에 가지고 가서 빈 병을 반환하고 보증금을 환불받는 것이 빈 병의 반복 사용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파손과 오염을 막기 위해 반드시 병마개를 닫아 반환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빈병#재활용#재사용#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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