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5년차’인 장우정 씨(35·여)는 자타가 공인하는 ‘친환경 먹거리 전문가’다. 장 씨는 식품을 살 때마다 포장지에 적힌 △유해성분 함유량 △무농약, 저농약 인증 여부 △생산과정 등의 식품정보를 꼼꼼히 살핀다. 장 씨는 “두 자녀와 남편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씨의 관심사는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한 끼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가족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 배려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저탄소 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적극 이용하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저탄소 농산물로 지구 건강까지
저탄소 농산물이란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 에너지의 사용,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거나 녹색농업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농축산물을 뜻한다. 농산물을 재배할 때는 주로 농자재와 농기계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화학비료를 줄이면 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장 씨는 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무경운 농법’으로 재배된 배추를 구입했다. 무경운 농법이란 땅을 갈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농법이다. 화학비료를 줄일 수 있어 토양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 장 씨는 “우리 가족이 이 배추를 먹으면 가족 건강은 물론 지구 건강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사업’을 시작했다. 저탄소 농법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농축산물을 정부가 공식 인증하는 사업이다. 인증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공산품 등 일반 제품에 대한 ‘탄소표시제’는 영국,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시행하고 있지만 농축수산물까지 저탄소 인증제를 시행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4인 가족이 1년간 ‘저탄소 인증 쌀’을 먹으면 일반 쌀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탄소배출을 10% 줄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쌀을 저탄소농법으로 재배하면 연간 90만 t의 탄소배출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형 승용차로 서울과 부산을 500만 번 왕복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 또는 35년 된 소나무 1억30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비슷하다.
○ 쌀·고추 등 7개 품목 시범 사업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사업은 올해부터 벼 고추 상추 배추 복숭아 배 방울토마토 등 7개 품목을 대상으로 2년간의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시범사업이 정착되면 2014년부터는 축산물과 수산물 분야로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저탄소 농산물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출하시기에 맞춰 소비자 판촉행사와 생산자, 식품업체의 유통망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올해 5월 시범사업 대상자 심사를 통해 농업법인 7곳을 최종 선발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길재 박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인 다음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농가소득과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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