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 브랜드 ‘블랙마틴싯봉’의 론니슈즈는 신발 한 켤레의 개념을 두 짝이 아닌 세 짝으로 정의한 도발적인 제품이다. 똑같은 무늬가 자수 프린팅 된 신발 두 짝에 더해 다른 무늬가 새겨진 오른쪽 한 짝을 더 준다. 같은 신발인데 두 가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5월 첫선을 보인 블랙마틴싯봉은 오프라인 매장이 서울 타임스퀘어점, 압구정로데오점, 홍대점 등 3곳에 지나지 않지만 연매출 100억 원을 기대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이상준 팀장은 “신발 한 켤레를 ‘2+1’로 제공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마케팅이라 소비자들도 ‘한 짝을 왜 더 주느냐’며 생소해할 정도지만 덤으로 받기 때문에 잘 샀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며 “경기 침체로 씀씀이를 줄인 10, 20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불황 속에서 선전한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의 공통점은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본전을 뽑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보다 깐깐하게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족’이 증가하면서 이런 ‘변신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국내 디자이너 박승건 씨의 브랜드 ‘푸시버튼’과 협업해 내놓은 ‘트랜스포머 재킷’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한 지 4일 만에 S사이즈 제품이 품절됐다. 추가 제품이 들어온 뒤 일주일 만에 S와 M사이즈 제품도 다 팔렸다. 이 제품은 모자와 소매, 옷의 아랫단이 분리돼 총 9단계로 변신할 수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이 서울창작스튜디오의 신진 디자이너 4명, 남성복 디자이너 ‘BON’과 함께 선보인 ‘뷰플러스’는 셔츠를 가방으로 바꿀 수 있는 다기능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김경민 디자이너가 제작한 이 트랜스포머형 셔츠는 몸통 부위에 달린 끈을 가방의 어깨 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패션을 완성하는 소품으로 자리 잡은 안경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의 남성 편집매장 ‘MANgds’의 히트 상품은 총 13가지 색상의 다리를 제공해 고객이 마음껏 바꿔 끼울 수 있게 한 ‘그라픽 팩토리’의 안경과 선글라스다. 그라픽 팩토리 관계자는 “안경다리 가격(3만8000원)을 안경 전체 가격(28만 원)에 비해 훨씬 싸게 책정해 큰 부담 없이 변신 효과를 즐길 수 있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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