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이 새 희망이다]<中>물류와 디자인 혁신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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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DHL… 배송물 온도변화까지 측정
레드닷뮤지엄… 보일러실이 디자인메카로

세계 최대 물류기업인 독일의 DHL은 350대의 화물기, 12만 대의 화물차, 50만 명의 배송직원을 동원해 연간 15억 개의 물품을 배송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비결은 서비스 혁신이다.

13일(현지 시간) DHL의 혁신을 이끄는 ‘심장’인 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전자태그(RFID),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스마트 센서 등을 활용한 물류 서비스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었다.

○ 물류 서비스 혁신의 현장, DHL

DHL은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물류 서비스에 전자태그,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스마트 센서 등의 첨단기술과 빅데이터 등의 분석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DHL 제공
DHL은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물류 서비스에 전자태그,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스마트 센서 등의 첨단기술과 빅데이터 등의 분석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DHL 제공
DHL의 본사가 있는 독일 행정도시 본의 외곽에 자리잡은 이노베이션센터는 물리학자, 컴퓨터 공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70여 명의 연구원이 모여 연구개발(R&D)과 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DHL의 싱크탱크다.

이 센터를 통해 DHL은 여러 첨단 솔루션을 선보였다. 화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센서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DHL은 운송 기간에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도, 충격 등의 환경 변화를 센서로 정밀하게 측정한 뒤 멀리 떨어져 있는 배송 주문자에게 e메일로 거의 실시간 생중계한다. 이렇게 개발한 솔루션은 물류 서비스 혁신뿐 아니라 제조업의 혁신까지 낳는다. 이노베이션센터 직원이 아우디 ‘A6’의 부품 위에 리더기를 갖다 대자 일련번호와 재고 현황, 부품 생산을 맡은 기업과의 물류망 연결 현황이 화면 위에 자세히 떴다. RFID 칩에 저장된 정보를 읽은 것이다.

이 정보가 DHL 서버로 전송되면 자동으로 부품 공급업체에 주문이 들어간다. 주문한 지 10분 내에 현장에서 재고를 찾아 물건을 싣고 출발하는 저스트인타임(JIT) 물류 서비스가 가동된다. 아우디는 DHL에 이런 물류 서비스를 아웃소싱함으로써 50여 개의 부품업체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일부 부품은 아예 DHL이 직접 1차 조립해 제조사에 공급한다. 제조업과 물류업의 장벽을 허물어 산업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르마 린디츠 이노베이션센터 이사는 “인류의 생활환경이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로 전환되고 3차원(3D) 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면서 물류 서비스가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가 앞으로의 연구과제”라며 “빅데이터 같은 새로운 분석기술을 물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비스산업 클러스터가 혁신 원동력

낡은 탄광지대의 보일러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독일 에센 시의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이곳을 중심으로 디자인산업의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에센=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낡은 탄광지대의 보일러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독일 에센 시의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이곳을 중심으로 디자인산업의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에센=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독일의 서비스 기술혁신은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중앙집권식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이 주도하는 분권형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탄광과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루르 공업지역에 디자인 등 소프트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레드닷 디자인 뮤지엄)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산업 혁신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14일 방문한 이 센터는 산업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인 옛 졸버라인 탄광지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명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는 1980년까지 탄광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보일러하우스를 세계적인 디자인 뮤지엄으로 재탄생시켰다. 짙은 갈색의 강철로 만든 둔중한 밸브와 철근 사이로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디자인 제품이 전시된 모습이 대조를 이뤄 인상적이었다.

이 센터는 매년 전 세계의 산업디자인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에 전시한다. 세계 산업디자이너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곳에서 센터는 디자인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전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이 무대에 작품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게임 분야에서도 함부르크, 베를린, 하노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프랑크푸르트,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6개 지역이 게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독일 전역에서 서비스산업 분야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 아직 미흡한 국내 수준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초부터 놀이공원 직원들의 유니폼과 각종 선물 상품을 바꾼다. 에버랜드의 얼굴이 바뀌는 셈이다. 에버랜드의 레저사업은 놀이공원을 새로 만들지 않는 한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고(高)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변화 뒤에는 삼성디자인학교(Sadi)가 있다. 1995년 삼성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세운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서비스산업 혁신 교육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NHN은 NHN넥스트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기관을 세웠고 현대백화점은 유통 분야에 특화된 기업대학을 설립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산업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준은 미흡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서비스산업의 가장 큰 부분인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1인당 연 6만6413달러(약 7205만 원)로 미국의 같은 분야 1인당 노동생산성 14만654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정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세부 서비스 분야를 찾아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에센=김용석 기자·김상훈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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