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자의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일정 금액까지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해서다. 또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소득 구간에 따라 최저 세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해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고소득 근로자의 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한하기 위해 총액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과세 및 감면 등이 중복돼 너무 많은 혜택이 몰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캡(총액 제한)을 씌우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액한도 설정은 주로 연봉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 중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많이 받아 세금을 덜 내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국회와의 논의가 남아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받을 수 있는 총 비과세 및 감면 금액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법인세는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납부해야 하는 최저한세율(15%)이 있지만 소득세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다만 소득세에 똑같이 최저한세율을 적용할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대신 총액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근로소득자의 경우 교육비,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통한 소득공제를 받고 있으며 특히 소비 지출이 많은 고액 연봉자들이 많은 금액을 감면받고 있다는 게 재정부 측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국세감면액 약 30조 원 중 근로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6조 원으로 전체 20% 수준에 달한다. 다만 본인과 부양가족 수에 따른 인적공제, 장애인 의료비 공제 등은 총액 초과 여부를 산출할 때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근로소득세 비과세·감면 총액제한과 함께 개인사업자들의 최저한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모든 사업소득자의 소득세 최저한세율이 35%로 똑같다. 앞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최저한세율이 달라지면 소득이 많은 사업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최저한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결국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 재정부 측은 “현재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작업 중이라 구체적인 세율 수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정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소득세 관련 개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소득세율 인상, 과표 구간 인하 등의 요구에 대한 절충안으로 분석된다. 박 장관은 “비과세 및 감면을 줄이는 것이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일괄적으로 혜택을 폐지할 경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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