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홍콩인과 홍콩에 투자하기 위해 온 외부인들이 한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홍콩이 고향인 홍콩인들은 15년 전 중국 정부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 받은 이후 자신들이 지켜왔던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왔다. 양국 정부 간 ‘50년 동안 홍콩의 자치권과 홍콩의 민주주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올해 3월 렁춘잉이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되고 어느 때보다 강력한 권력을 지닌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자 홍콩인들은 본토의 새로운 정부 출범이 향후 홍콩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새로운 제약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까지 직접 나서 “중국 중앙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이지만 홍콩인들이 독립적인 행정관리권과 입법권, 사법권을 행사)’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홍콩인들은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홍콩인들이 이런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한 사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으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중국 본토의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경제 바닥론을 앞세워 홍콩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가의 관점에서 시진핑 시대의 개막은 홍콩에 투자하기 좋은 기회인 것이다.
최근 홍콩은 외국에서 밀려들어오는 핫머니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홍콩 통화당국까지 나섰다. 홍콩 통화당국은 지난달 19일 환율시장에 개입하면서 달러당 7.75홍콩달러의 비율로 총 6억 달러를 매입했다. 홍콩은 환율을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9년 12월 이후 3년 만이다.
또 외국 핫머니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홍콩 주택가격도 급등했다. 홍콩 정부는 부동산 버블을 우려해 26일 외국인과 외국기업에 주택 구입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인지세(BSD·Buyer's Stamp Duty)를 내도록 하는 새로운 부동산 억제책을 발표했다. 외국기업에 대한 부동산 억제는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주택 전매 인지세(SSD·Special Stamp Duty) 면제기간도 3년으로 연장되고 부동산 보유 기간에 따른 세율도 인상된다. 홍콩 재경사무국은 “자본이득세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세금 도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이 홍콩을 돌려받은 덕에 홍콩인들의 살림살이는 번창했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뒤 15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29% 급증했고 홍콩증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997년 4135억 달러에서 2011년 2조2461억 달러로, 외환보유액은 1997년 820억 달러에서 2011년에는 2854억 달러로 늘었다.
홍콩 경제는 같은 기간 55%나 성장했고 일자리는 50만 개 늘어났다. 중국 대외 위안화 거래의 80%가 홍콩을 통해 이뤄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홍콩 내 위안화 예금 규모는 6273억 위안(약 114조 원) 수준에 도달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홍콩-광저우-마카오를 중심으로 주장(珠江) 강 삼각주 지역의 산업과 금융의 협력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서비스업 현대화와 제조업 첨단화의 중심지로 삼을 방침이다.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외부인 중 한 명인 필자는 시진핑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화될 중국-홍콩 간 경제통합이 투자처로서의 홍콩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홍콩 시민들이 걱정하듯 반중 감정이나 홍콩 내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인자견인, 지자견지(仁者見仁,智者見智·어진 사람은 어질게 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롭게 본다)’라는 말이 있는데 홍콩시민이 보는 홍콩과 외부인이 보는 홍콩도 이렇게 서로 다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