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는 세계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브랜드다. 동시에 대표 모델인 ‘911’ 시리즈는 디자인이 가장 안 바뀌는 스포츠카이기도 하다. 개구리가 납작 엎드린 듯한 911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1964년 첫 모델이 나온 이후 48년간 바뀌지 않았다.
지겨울 정도로 비슷한 디자인을 고집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자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한두 번 타봐서는 그 매력을 알기도 힘들다. 지난 5년간 10여 대의 다양한 포르셰를 타고 나서야 그 매력을 완전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올해 나온 911 신형의 상품성은 최고 수준에 올랐다. 911S의 쿠페(문짝이 2개인 날렵한 형태)와 카브리올레(지붕개폐형)를 잇따라 타봤다.
911S에 들어간 3.8L급 수평대향 엔진의 최고출력은 400마력이다. 500마력이 넘는 BMW ‘M5’나 메르세데스벤츠 ‘E63 AMG’보다 낮다고 만만하게 봤다면 오산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시간은 이들 ‘슈퍼 세단’보다 0.2초 정도 빠른 4.1초(카브리올레는 4.3초)다.
신형은 기존 모델보다 앞뒤 바퀴 간 거리가 100mm, 좌우 바퀴의 거리는 46∼52mm 늘어나 고속주행 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 회전을 할 때 코너의 안쪽과 바깥쪽 바퀴의 구동력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주어지는 시스템도 들어가 핸들링도 민첩하게 변했다. 코너를 파고들어서 돌아 나오는 동작이 정교하고 깔끔해졌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동변속기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져서 번개와 같은 변속 스피드를 자랑한다. 다이내믹 차체 컨트롤(PDCC) 덕분에 커브길에서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줄어 더 높은 속도를 내도록 도와준다. 차의 모든 시스템이 안정감을 주면서 동시에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절묘하게 최적화됐다는 느낌이 팍팍 와 닿는다.
지붕이 열리는 카브리올레 모델의 경우 차체의 비틀림 강성이 기존 모델보다 18% 향상되고 무게는 55kg이 줄면서 쿠페보다 핸들링이 둔하고 무거운 느낌이 약간 개선됐다. 지붕을 닫았을 때는 카브리올레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실내 정숙성도 증가했다.
911S의 진화는 스포츠 성능 강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의 효율적인 사용을 통해 연료소비효율도 크게 높였다. 공인 연비는 L당 9.2km로 같은 배기량의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거의 비슷하다. 실제 서울 시내주행에서 L당 7km 안팎이 나왔으며 고속도로에선 13km까지도 가능했다. 시속 300km를 넘는 스포츠카 중에서 연비가 가장 좋다.
엔진의 출력을 갉아먹는 발전기는 주로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작동되도록 만들어졌다. 정차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스톱엔고’ 시스템도 들어갔다. 특히 고속으로 주행하다 가속페달을 놓으면 엔진과 바퀴의 연결을 끊어준다. 이로 인해 엔진은 공회전 상태의 연료만 쓰게 되고 바퀴에는 엔진의 저항이 걸리지 않아 달려오던 속도로 탄력을 받아 갈 수 있는 공주거리가 길어진다. 하지만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대는 순간 다시 클러치가 연결돼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포르셰는 고장률이 낮은 것으로도 유명해 성가신 것을 싫어하는 부유층에겐 안성맞춤이다. 시승한 모델의 가격은 쿠페가 약 1억8000만 원, 카브리올레는 약 1억9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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