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살짜리 아기를 키우는 주부 이모씨(일산.35)의 집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아기 용품이 가득하다. 사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계절이 지나서 못입게 된 옷가지와 신발부터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보행기와 아이가 쳐다보지도 않는 장난감들까지 처치곤란한 용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남에게 주자니 쓰던 것을 주는 것도 미안하다. 중고장터에 내놓자니 가격을 어느 정도 매겨야 하는 지도 신경이 쓰인다.
#2. 지난 10월 첫 아기를 낳은 주부 최모씨(은평구.32)는 요즘 아기용품때문에 걱정이다. 마음같아서는 모두 새것을 사주고 싶지만 짧으면 몇 개월, 길어도 1~2년도 못쓸 아기용품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챙겨준다면 감사히 받겠지만 왠만큼 친하지 않고서는 '안쓰시면 줄 수 있느냐?'는 말이 섣불리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이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빈도가 낮은 물건을 지인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기반의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다.
최근 안드로이드용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후즈클립(Whosclip)'은 SNS 상의 친구나 팔로우어에게 자신의 아이템(물건 및 정보, 지식)을 공개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이를 공짜로 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는 서비스다. 혹은 공개된 아이템을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고마켓'을 연상시킬 수 있으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거래'가 중심인 중고마켓의 경우, 순수 개인간 거래뿐 아니라 사업체들이 판매를 위한 채널로 이용되기도 한다. 판매자는 비싸게 받고자 하고, 구매자는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기 등의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반면, 후즈클립은 가족, 친구, 지인, 직장동료, 이웃간에 물건, 정보, 지식을 공유한다. 이미 인맥을 기본으로 하는 신뢰관계가 구축된 사람들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거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으며, 중고장터보다도 저렴하다.
후즈클립 관계자는 "후즈클립은 자신에게는 더이상 필요가 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할 수도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서비스"라며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같은 합리적 소비와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큰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후즈클립의 장점은 기본적으로 거래자간 신뢰관계가 구축된 사람들끼리의 거래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후즈클립은 전세계 96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플레이마켓에서 'Whosclip'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다. 12월 말에는 웹사이트도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