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업계가 때 아닌 로또 광풍에 휘말렸다. 2013년 영어유치원 원생모집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면서, 매년 이맘때면 시작되던 ‘줄 서기 행렬’이 사라지고 그 대신 복불복 전쟁이 시작 된 것.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권고한 유치원 추첨제 때문이다. 기존 선착순제였던 유치원 입학이 복불복 추첨제가 되면서 유치원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선택권이 사라져 버린 것. 특히,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소위 평판 좋은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일도, 일년 전부터 예약을 해놓은 유치원 등록도 다 소용없게 되어버렸다.
6세 자녀를 둔 워킹맘 오미연씨는 “유치원은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게 되는 교육현장이고, 엄마 품을 떠나 오랜 시간을 생활해야 하는 곳이기에 프로그램이나 시설 등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추첨제 때문에 이러한 노력은 모두 헛수고”라며 “신청해 놓은 모든 유치원에 당첨되지 못할까 너무 불안하고, 당첨 되더라도 교육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 아이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2~3개 유치원에 입학 신청을 해놓은 것은 기본이고, 추첨날짜가 겹치게 되면 온 가족들을 총동원하거나, 아르바이트 생을 추첨장에 보내는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
유치원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판 좋은 유치원에만 입학신청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 영어유치원 등 특화된 유치원들의 설명회는 만원사례가 되는 등 수능 입시 열기보다도 더 뜨거운 ‘유치원 입시’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 여전히 ‘인기’, 하지만 ‘별 따기’
올해도 어김없이 국공립 유치원의 입학은 그야 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입학경쟁률이 이미 20대 1을 넘는 곳도 있으며, 서울의 경우 국공립 유치원들의 추첨이 내달 11일 동시에 이루어져, 국공립 유치원의 입학의 문턱은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공립 유치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으로 신뢰도가 높고, 사립유치원 보다 상대적으로 원비가 저렴하며, 종일반 운영이나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의 숫자가 아직까지 그 수요를 충당하기에 부족하고, 이에 더해 동시 추첨제로 바뀌면서 입학은 더욱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성교육, 영어 결합된 영어유치원에 입학 신청 몰려
유치원 추첨제로 인한 입시 전쟁은 국공립 유치원 뿐 만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기 있는 사립유치원들의 입학신청은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입학 설명회에는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한 영어유치원에서 진행한 설명회에서는 선착순 400명 모집에 1,000명이 넘게 지원하는 등 ‘유치원 입시’를 실감케 했다.
이 설명회를 주최한 서강대학교SLP 담당자는 “추첨제도 이러한 학부모들의 호응에 한 몫 했지만, 이번 설명회가 단순한 유치부 프로그램 설명회가 아닌, 인성교육에 주목한 부모교육 강연회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끈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자살 등이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성교육’과 ‘영어’가 결합된 영어유치원들이 학부모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치원 추첨제와 사회적인 이슈가 맞물려 영어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으며, 업계는 2013년에는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유치원 원아의 수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서강대학교SLP는 ‘반듯한 부모교육 강연회’에 이어 11월 한달 동안 66개 학당 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예년에 비해 1.5배 이상 입학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교육기관은 인성교육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유치부 몰입과정 레인보우 브릿지를 18년간 운영해오고 있으며, 현재 온라인 카페 ‘서강맘의 반듯한 영어(cafe.naver. com/sogangmom)’에서는 자녀교육 및 영어 대한 지식, 고민 등을 나누는 ‘반듯한 영어, 토크 콘서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제 SLP 학부모들이 주인공이 된 서강SLP의 홍보영상은 유튜브 등 영상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학부모들의 감성과 공감을 잘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