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반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검은 양복 차림에 침통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24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의 영정 앞에서 묵념한 뒤 유족들에게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정 회장은 이날 그룹의 신년계획 구상과 업무보고 등으로 일정이 바빴지만 “발인 전에 꼭 가봐야겠다”며 빈소를 찾아 30여 분간 머물렀다.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정 회장이 떠난 뒤 빈소를 찾았다. 전날인 25일에는 김용환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조문했다.
재계 총수가 직접 직원의 빈소를 찾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정 회장은 함께 회사를 일궈온 임직원의 비보를 접하면 만사를 제치고 조문을 해 그의 애틋한 부하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차에 입사해 37년을 근무한 ‘정통 현대차맨’이다. 정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임원에게만 맡긴다’는 현대차 구매담당 전무를 지냈으며, 2010년 현대로템 사장을 맡은 뒤 최근까지 해외시장 개척과 신규 수주에 힘써 왔다.
정 회장은 2010년 측근이던 김승년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때와 2008년 김평기 현대위아 고문이 별세했을 때도 두 차례나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유가족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먹고살 길을 마련해 주라”고 보좌진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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