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도시를 떠나 생소한 농촌생활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여기고 귀농을 했다간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귀농 전에 충분한 교육을 받는 등 준비를 갖춰야 농촌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북 상주시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서정덕 씨(48)는 대기업에서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0년 건강이 악화돼 귀농을 결심했다. 서 씨는 “처음에는 농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한 돈을 벌 자신이 없었다”면서 “한 대학이 개설한 농업창업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오이를 재배하면 몸은 힘들어도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귀농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오이 재배로 유명한 상주시를 찾아갔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인턴 농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5개월간 월 120만 원을 받고 현지 농장에서 일하며 오이농사 노하우를 익혔다. 현지 농민들과 어울리며 농촌의 일상생활을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 서 씨의 연수익은 6000만 원 수준. 귀농 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7000만 원)보다 적지만 씀씀이가 줄어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지금은 경북대 대학원을 다니며 ‘고기능성 칼슘오이’ 등 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 씨는 “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면 농업에 대한 확실한 직업의식과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만규 씨(51)의 귀농 역시 철저한 분석과 계산 후 이뤄진 일종의 ‘창업’이었다. 정 씨는 중견기업 임원을 그만두고 귀농을 준비하며 오미자에 주목했다. 그는 “오미자는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고 꾸준한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며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먼저 정하는 게 귀농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귀농 장소는 ‘오미자 특구’인 경북 문경시로 정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인터넷 위성지도를 통해 농지 후보군을 추렸다. 정 씨는 “해발 300m 이상, 물이 잘 빠지는 밭이 오미자를 키우기에 좋다”면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생활에서 익힌 회계 지식을 활용해 사전에 씨 뿌리는 방식과 수확 방식 등을 달리했을 때 어느 쪽이 이득이 되는지 사전에 꼼꼼히 분석했다. 정 씨는 “세상에 무작정 되는 일은 없다”면서 “귀농 준비단계에서 수익성 분석은 물론이고 5년 후 목표치를 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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