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야 일도 잘해” 중매 나선 강만수-전광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 산업은행-국민연금공단 남녀직원 40명 단체미팅

2일 국민연금공단과 산업은행이 마련한 미혼 직원 단체미팅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미혼 직원들의 결혼을 독려하기 위해 내년에도 2, 3차례 단체미팅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국민연금공단과 산업은행이 마련한 미혼 직원 단체미팅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미혼 직원들의 결혼을 독려하기 위해 내년에도 2, 3차례 단체미팅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늘 부하직원들을 먼저 생각했지만 오늘만큼은 제 실속을 챙기겠습니다.”

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5층 연회장. 산업은행 남자 행원 20명과 국민연금공단 여자 직원 20명이 5개 테이블에 앉아 수군대고 있었다. 좋은 신랑감, 신붓감으로 손꼽히는 공기업 직원들인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청춘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마련한 ‘단체미팅’에 나선 것이다.

어색하고 무거웠던 분위기는 한 노총각 산업은행 과장의 재치 있는 자기소개로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오후 9시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남녀가 짝을 이뤄 게임과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미래의 배우자를 열심히 찾았다.

이날 모임은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제의로 이뤄졌다. 대민(對民) 상담을 맡고 있는 한 여직원이 전 이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업무가 바빠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자 전 이사장이 “직접 중매해 주겠다”고 약속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은 전 이사장은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공기업으로서 솔선수범하려면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서서 직원 결혼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체미팅을 제안했고, 강 회장도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이날 단체미팅에 나선 직원들은 치열한 사내 경쟁을 뚫고 참여할 수 있었다. 두 회사는 미혼 직원들을 상대로 단체미팅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당초 생각보다 지원자들이 많이 쏟아지자 나이와 거주지역 등을 고려해 최종 참여자를 선발했다. 특히 46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950명가량이 미혼인 국민연금에서는 최종 참여자 20명을 뽑는 데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을 정도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혼 직원의 30%가량인 300명가량이 후보를 자청해 최종 참여자를 고르느라 애를 먹었다”며 “회사가 직접 좋은 신랑감을 찾아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인지 직원들의 호응이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내년에도 다른 금융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직원들과 2, 3차례 단체미팅 자리를 마련하는 등 결혼 장려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단체미팅을 통해 실제 결혼에 성공하는 직원들이 나오면 전 이사장이 직접 주례를 서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안성근 국민연금 사회책임경영부장은 “만혼(晩婚)과 저출산 해결을 위한 국가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직원들의 결혼 장려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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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결혼 중매#강만수#전광우#단체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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