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 다시 투자하는 금액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반면 국내의 외국계 기업은 본국 배당을 늘리면서 재(再)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가 줄어들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도 감소하는 ‘투자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수익재투자를 반영한 우리나라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익재투자는 77억5000만 달러(약 8조3855억 원)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수익재투자는 외국에 직접 투자한 기업이 배당하지 않은 수익(유보금) 가운데 본국 투자가의 몫을 뜻한다. 수익재투자가 많다는 것은 이익금을 본국에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는 지난해 54억1000만 달러로 2010년 90억2000만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국내 외국계 기업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며 내부 유보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재투자(77억5000만 달러)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54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국내 기업의 수익재투자에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를 뺀 금액은 2006년 ―41억2000만 달러, 2007년 ―52억9000만 달러, 2008년 ―78억5000만 달러, 2009년 ―65억2000만 달러, 2010년 ―39억4000만 달러 등 5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지난해 처음 플러스(23억4000만 달러)로 전환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대외경제팀장은 “국내 전자, 자동차 기업 위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면서 현지 투자를 점점 확대하고,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은 자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때문에 본국 송금을 늘리면서 투자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생산설비를 본국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온 쇼어링’ 정책을 통해 제조업체의 복귀 방안을 적극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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