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사회공헌팀 임직원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전국의 이름난 전통시장을 꼼꼼히 돌아다녀야 했다. SK텔레콤이 지닌 기업역량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통시장 활성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 바로 ‘파트너 시장’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통시장 혁신의 성공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시범시장의 선정이 가장 중요했다.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절실함이 없다면 그 어떤 처방이나 지원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 지난 28년간 구축해온 정보통신기술과 26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관리해온 마케팅 노하우, 그리고 사내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전통시장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
꼼꼼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 첫 번째 모범시장이 바로 서울 광진구의 중곡제일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이미 2004년 상인협동조합을 결성했을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마을기업을 설립해 ‘아리청정’이란 자체 브랜드를 실험할 정도로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9월 26일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댄 ‘두 기업’의 첫 번째 과제는 ‘아리청정’의 혁신이었다. 2000년 이후 상인들은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공동브랜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리청정’ 브랜드의 대표상품은 시장 내 5개 참기름집이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참기름이었다.
상인들은 아리청정 참기름의 품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현대적인 마케팅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마트 백화점 같은 전문상점 납품이나 온라인 판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동네주민들을 상대로 알음알음 팔아온 것이 전부였다. ‘시장표 브랜드’의 한계였다.
SK텔레콤은 가장 먼저 ‘아리청정 참기름’에 주목했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 참기름에 대한 고객들의 아쉬움을 간파한 것이다. 전통시장에서 직접 짜낸 믿을 수 있는 상품이란 점을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아리청정 참기름의 판매 무대를 자사의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인 ‘11번가’로 옮겼다. 온라인 마켓 진출로 지역상권을 넘어 전국 판매망을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번가’의 전문 마케터를 투입해 상인들을 교육하고 이들과 함께 중곡시장 참기름을 알리기 위한 상품 홍보 페이지를 구축했다. ‘마트원데이’ ‘오늘하루특가’ 등 아리청정 참기름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행사도 진행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11번가 입점 이전에 월 5세트가 팔리던 ‘아리청정 참기름은’ 10월 이후 월 300세트가 넘는 매출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것. 판매가 증가하자 상인들은 보다 질 좋은 참깨를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생겼고 브랜드가 알려지니 다른 상품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아리청정 참기름이 ‘착한 제품’으로 소개되기 시작하자 이를 단체로 구매하는 기업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상인회는 새로운 상품라인으로 확장하고 아리청정의 CI도 혁신할 계획을 세웠다.
박태신 상인회장은 “중곡시장 참기름의 SK텔레콤 11번가 입점 후 주문량 급증과 판매 호조로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됐다”면서 “혁신의 성과를 직접 확인한 상인들이 시장을 변화시킬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고 반겼다.
시장 혁신에 대한 호흡이 맞춰지자 보다 도전적인 과제의 수행도 훨씬 수월해졌다.
중곡제일시장은 서울시내에서 자체 상품권을 가장 먼저 발행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두 기업’은 SK텔레콤의 모바일 멤버십 지갑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월렛’과 중곡제일시장 상품권의 접목을 시도했다. 기존보다 상품권을 5∼1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중곡시장 모바일 쿠폰’을 도입한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기기를 매개로 전통시장을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고 전통시장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본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모바일 세대의 호응으로 중곡시장 상품권 판매가 두 배로 느는 등 상권도 점차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은 “아리청정 브랜드를 제수용품, 농수산 가공식품군으로 확장하는 등 중곡제일시장의 혁신과 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SK텔레콤은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따뜻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 145개 점포… 주변 대형마트-SSM보다 고객 더 많아 ▼
서울 광진구의 명물 중곡제일시장에는 신기한 모습이 여럿 있다.
첫째는 서울시내 빌라촌 골목길 깊숙이 145개 전통시장 점포가 300m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로 밀집해 있는 모습. 둘째는 그런 전통시장을 ‘포위’하듯 대형마트나 대기업슈퍼마켓(SSM) 같은 현대식 상권이 진출해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이런 현대식 유통업체보다는 오히려 골목길 전통시장에 고객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태신 상인회장은 “이제는 대형마트와 직접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서 “고객들이 한 장소에서 품질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고객이 전통시장의 장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곡제일시장은 ‘전통’이란 수식어보다 ‘혁신’의 키워드로 널리 알려진 시장이다. 대형마트나 임대료 상승 같은 위협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부터 상인들이 변화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주차장, 카트 등의 시설현대화는 물론이고 공동상품권이나 원산지 표시 등의 서비스 측면에서도 단연 국내 최우수 시장으로 통한다.
특히 ‘아리청정’ 브랜드는 중곡제일시장 상인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시장브랜드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장 상인들이 이 같은 공동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원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번영회나 상조회 수준인 상인회를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 상가건물을 차례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와의 경쟁도 고민이지만 상가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점포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아리청정 브랜드를 반드시 성공시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아리청정 ::
중곡제일시장 상인들이 출자해 만든 공동브랜드이다. 광진구는 서울 25개구 중에서 한강을 가장 크게 끼고 돌고 있는 지역. 그래서 한강의 옛 이름인 ‘아리수’에 착안하여 브랜드 네임을 아리청정으로 명명했다. ‘맑은 한강물’처럼 정직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료(통참깨)를 엄선해 시장 내 점포에서 직접 짜낸 참기름이 대표적이지만 앞으로 농수산물, 제수용품 등으로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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