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비행기를 놓칠세라 부랴부랴 짐을 싸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일어나 출장 목적지인 몽골 관련 자료를 훑어본다는 계획은 실패. 할 수 없이 지하철에서 자료를 보기로 했다. 기자는 평소 울트라북(휴대성을 강화한 노트북의 일종)을 들고 다니지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사용하기엔 무겁고 크기 때문에 이번에는 LG전자의 탭북 ‘H160’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가방에서 탭북을 꺼내 작동시키는 데 생각보다 무게가 가볍고 부팅시간이 빨랐다. 전원을 켜자 크기와 색이 다른 네모난 모양의 애플리케이션(앱)이 나타났다. 연필처럼 생긴 ‘스마트 터치펜’을 꺼내 ‘여행’ 앱을 터치했다. 이어 검색어에 ‘몽골’을 입력하자 몽골의 날씨와 주요 관광지, 환율, 호텔 등 필요한 모든 여행정보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가운데 주요 관광지의 ‘파노라마 보기’를 선택하고 탭북 화면을 이리저리 기울이자 눈 쌓인 들판과 저 멀리 사막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몽골국립박물관과 전통가옥 ‘게르’를 둘러본 뒤 현지 화폐인 ‘투그릭’이 1달러(약 1080원)와 맞먹는다는 환율정보를 살펴볼 때쯤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 라운지에서 어젯밤 저장해 둔 출장자료를 읽었다. 대강 내용을 익히고도 시간이 남아 다음 날로 예정된 인터뷰 자료를 미리 만들기로 했다.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터치해 윈도7의 설정과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PC 화면으로 전환했다. 탭북 왼쪽의 작은 버튼을 누르니 화면이 위로 올라가며 키보드가 나타났다. 노트북보다 다소 작은 크기의 키보드가 생소해 처음에는 종종 오타를 내기도 했지만 곧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몽골에 도착해서도 탭북을 거의 놓지 않았다. 탭북으로 사진 찍고, 녹음하고, 기사를 쓴 지 10시간쯤 지났을까. 배터리가 다 됐다는 빨간불이 깜박거렸다. 한 번 충전하면 2∼3시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노트북과 달리 탭북의 오래가는 배터리는 확실히 유용했다. 무게도 1.05kg으로 노트북보다 가벼웠다. 이동하면서 서류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플레이를 닫았을 때의 디자인도 만족스러웠다.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하는 하얀색과 군더더기 없는 외형은 그냥 태블릿PC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특히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꼽는 ‘슬롯’이 모두 뒷면에 있어 깔끔한 느낌이었다.
다만 아직 쓸 만한 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탭북으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MS 앱스토어’에 있는 앱의 개수는 현재 7800여 개로, 70만 개 안팎의 앱이 있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탭북이 노트북뿐 아니라 태블릿PC로도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컨버터블 PC로 살아남으려면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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