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필요한 만큼만 용돈 받아서 쓸게. 나머지는 자기가 관리해 줘.” 저녁 간식으로 감을 깎던 아내에게 큰맘 먹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배우자가 특별히 셈에 약하지 않다면 통장을 넘기는 게 가족 번영을 위한 길이라는 선배 남편들의 조언을 따른 것 입니다. 용돈으로 연명하던 고교생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결단에 아내는 ‘당연한 얘기를 왜 진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응수합니다. 》 용돈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마주 앉은 식탁은 새벽 수산시장의 경매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저는 팔짱을 낀 채 손가락으로 희망 용돈을 표시하고 아내는 조용히 감을 깎으며 고갯짓으로 승인 여부를 알려옵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아내는 “필요한 만큼 시원하게 부르라”며 한발 물러섭니다. 이때다 싶어 손가락을 활짝 펼쳤습니다. 아내 손의 과도가 뿜어내는 서늘한 빛에 눈이 시립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접습니다. “딜!” 아내가 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합니다.
패전 소식을 전하러 삼성증권SNI서울파이낸스센터의 조혜진 차장을 찾았습니다. 조 차장은 “잔돈 아끼는 거며 여러 가지 면에서 여자가 돈을 잘 관리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이어 “자금관리인이 정해졌으니 통장 합하기 등 종잣돈 만들 계획을 세우자”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통장 합하기는 간단합니다. 각자 급여통장에서 전화요금, 케이블TV 요금 등 자동이체 될 돈만 빼고 통장 하나에 돈을 모으면 됩니다. 요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곤 해도 저금리 시대엔 부부통장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만 한 게 없다고 조 차장은 설명합니다. “CMA는 아직 2% 후반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급여이체 등록을 해놓으면 추가 2%까지 금리 혜택이 있어서 샐러리맨 부부통장으로 적합해요.”
대출 계획이 있다면 주거래 은행의 통장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거래 실적에 따른 금리 우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장을 합했으면 종잣돈을 만들어야 합니다. 종잣돈은 쓰고 남는 돈을 모아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해야 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조 차장은 일주일 생활비를 10만 원으로 줄이는 법에 대해 일러줬습니다. 외식비 줄이기 부분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외식을 양가 부모님 댁에서 하세요. 외출하는 기분도 내고 외식비도 아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 부모님에겐 효도하는 자녀가 될 수 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간 김에 얻어오는 일주일치 반찬은 덤”이라며 엄지를 들어 보일 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대형마트에선 휴지 등 생필품만 사고 식료품은 소형마트를 이용해 구입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소비는 카드보다는 현금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갓 결혼한 커플은 월급이 두 배가 됐다는 착시효과 때문에 결혼 전보다 카드를 많이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금을 쓰면 소비가 눈에 보여 돈을 절약할 수 있고 현금영수증을 통해 300만 원 한도로 연말 소득공제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현금영수증 서비스는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회원 가입하면 자동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뒤늦게 현금영수증 서비스에 가입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관하고 있는 영수증을 세무서에 가져다주거나 국세청 사이트에서 직접 등록하면 최근 한 달 전까지 현금영수증 서비스를 소급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회에선 노후자금과 주택자금, 교육자금별로 자금을 형성할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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