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세계 IT ‘4대 천황’ 봉건시대같은 영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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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 이코노미스트 “슘페터 2.0 시대의 도래” 분석

“봉건시대 영토 전쟁을 방불케 하는 4대 제국의 패권 다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IT)산업은 어떤 영역보다 변화와 부침 속도가 빠른 분야.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제국’이라 부를 만한 4대 기업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이전엔 볼 수 없던 독특한 산업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1일자)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한 인터넷 IT업계의 4대 천황은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네 회사는 이미 IT라는 본연의 영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사회 문화적 파급력까지 갖춘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국이나 거인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들은 애플을 제외하면 창업된 지 20년도 안 됐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위를 구축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분야, 아마존은 디지털온라인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석권한 페이스북이나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에 오른 애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뜨긴 했으나 창업자들이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사업을 이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한 기업이 독식하던 ‘퍼스널 컴퓨터(PC) 세대’에 이어 4대 기업이 구축한 ‘모바일 인터넷 세대’는 팽팽한 긴장 속에 전장의 먼지가 자욱하다. 먼저 이들은 제국으로 올라서기 전엔 서로 막역한 공생관계였으나 지금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주적으로 변모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애플 이사회에 참여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애플과 구글은 현재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시장을 놓고 첨예하고 맞붙고 있다. 애플의 소중한 판매망이던 아마존은 전자책 ‘킨들’을 내놓으며 애플의 아이패드와 경쟁 중이다. 애플도 아이튠스를 통해 아마존의 핵심인 전자책과 온라인 상거래를 위협하고 있다.

구글이 끊임없이 SNS 개발에 투자하자 페이스북도 조만간 전자상거래와 검색 분야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존 배틀 IT 애널리스트는 “이들의 싸움은 국지전에 머무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핵심사업을 겨냥해 ‘승자 독식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전면전이지만 백병전보단 참호전 스타일이란 점도 이채롭다. 본거지까지 비워두고 뛰어드는 ‘올인(다걸기)’ 전략은 절묘하게 피하고 있다. 상대의 주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넘보면서도 자신의 핵심사업 역량 키우기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다른 분야도 압도하는 승리 공식이라는 게 4대 천황의 공통된 판단이다.

전쟁의 주인공은 4개 기업이지만 변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지금은 경쟁에 뒤처진 듯한 분위기지만 ‘과거의 지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니다. 최근 출시한 윈도 8.0이 어느 정도 성과를 얻는다면, 이를 기반으로 권토중래를 꾀할 수 있다. 또 다른 세력은 정부감시단체들이다. 올 하반기 미국과 유럽 행정부는 애플과 구글 등의 독점 및 탈세 혐의에 대해 면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이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전황은 일순 역전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대치상황이 결국 ‘슘페터 2.0 시대의 도래’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제사상가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가장 적확하면서도 빠르게 적용되는 모양새란 설명이다. 즉 4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항구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인터넷 사업은 소비자의 ‘취향’이 승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유행이 바뀌면 현 체제 또한 순식간에, 그리고 송두리째 바뀐다. 살아남는 기업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할 공산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네 기업이 거인으로 성장한 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을 원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덩치가 커졌다고 그 초심을 잃는다면 몰락하는 것도 금방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IT#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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