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PB의 재테크 어드바이스]‘캐시 카우’ 아닌 ‘캐시 플로’에 투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내년 약세장 주식투자 어떻게

정유진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부장
정유진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부장
최근 한 고객이 종이를 한 장 들고 왔습니다. 거기에는 파이 차트가 하나 그려져 있었죠. 언뜻 보니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 같았습니다. 그분은 “이 포트폴리오가 요즘 같은 약세장에 맞는 투자비중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는 물가상승률도 이기기 어려우니 이 고객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그 종이를 들고 온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 채권, 상품(Commodity), 현금 등으로 구성하는데 이런 약세장에서는 주식은 적게, 채권이나 상품은 많이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합니다. 이 고객이 가져온 한 장짜리 포트폴리오도 주식에는 조금 투자하고 채권에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죠. 그 밑에는 그런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사유가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내년 주식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미국 긴축정책, 중국 성장 둔화로 인해 약세장이 예상되므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이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제시함.’

맞는 말입니다. 내년 전망을 잘 요약한 것 같습니다. 그 고객도 동의한다고 했죠. 그런데 이어지는 고객의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내년에 주식이 좋지 않다면서 왜 주식에 20%를 투자하라고 하죠? 좋지 않다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객이 총 1억 원을 투자하려는데 왜 내년 전망이 좋지 않은 주식에 굳이 2000만 원이나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인 거죠. 저 같아도 전망이 좋지 않다는 자산에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주식이 언제 상승세를 탈지 모르니 주식을 2000만 원 정도 가지고 가는 게 좋다’라는 식의 조언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고객은 차라리 그 전망자료에 따라 채권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죠. 이 고객에게는 특별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A4용지에 젖소를 한 마리 그렸죠. 그리고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이 젖소의 이름은 캐시카우(Cash Cow)입니다. 젖소가 매일 우유를 내주듯 캐시카우는 매달 현금(Cash Flow)을 만들어 내는 월 지급형 상품으로 보면 됩니다. 여기에는 고객께서도 동의한 대로 내년 약세장에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채권이나 금·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월 지급을 받으면 좋을 같습니다. 주식시장은 언제 좋아질지 모르므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지 마시고 캐시카우에서 나오는 월 지급금을 조금씩 투자하세요. 그렇게 되면 증시가 좋지 않을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이 낮다가 향후 점차 증시가 회복됨과 동시에 내 주식 비중도 높아지게 될 겁니다.”

내년 증시 전망은 온통 잿빛입니다. 어느 보고서는 2013년을 ‘A Fragile World(부서지기 쉬운 세상)’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위기(危機)라는 말 그대로, 늘 위험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주식은 그 고객이 들고 오신 종이에 씌어 있는 대로 20%의 상승 확률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20∼30%를 주식에 투자하라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지금 주식은 그렇게 20∼30%를 거치(Cash Cow)로 투자할 때가 아니라 적립(Cash Flow)으로 투자할 때입니다.

정유진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부장
#캐시 플로#정유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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