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 씨(28)는 최근 중고 거래에 재미를 붙였다. 다 읽은 책을 모아 중고서점에 팔고 먼지 쌓인 기타도 팔았더니 제법 용돈벌이가 됐다. 며칠 전에는 새 노트북 컴퓨터를 사는 대신 8개월 된 중고품을 샀다. 정 씨는 “예전엔 문제가 있을까 봐 중고품 구입을 꺼렸는데 요즘엔 중고품 잘 고르는 법을 지인이나 인터넷을 통해 배우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산다”라고 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실속을 중시하는 가치소비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리퍼브(Refurb)’ ‘재사용(Re-use)’ ‘대여(Rental)’를 의미하는 ‘3R’를 불황에 뜨는 소비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리퍼브는 ‘새로 꾸민다’는 의미의 ‘리퍼비시(Refurbish)’의 준말로 유통업계에선 공장에서 출고될 때 흠이 있거나 반품된 제품, 전시상품 등을 다시 손질해 싼값에 되파는 제품을 뜻한다. 주로 가전제품 가운데 신품과 중고의 중간 제품 정도로 인식된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1월 리퍼브 세탁기 1개 품목을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리퍼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점차 품목을 늘렸다. 1월 690만 원에 불과하던 리퍼브 제품 매출은 10월에는 3억1900만 원으로 늘었다. 특히 7월에 판매한 삼성 노트북 리퍼브 제품은 정가 140만 원짜리를 90만 원에 내놓자 530대 물량이 순식간에 팔리며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G마켓에서도 리퍼브가 인기다. 11월 한 달간 매출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니 데스크톱은 783%, 노트북은 284%, 내비게이션은 271% 늘었다. 롯데마트도 최근 가치소비 증가 추세에 맞춰 ‘디지털파크’에서 리퍼브 컴퓨터 판매를 시작했다.
중고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교보문고의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책을 판매하는 이용자는 작년에 비해 83%, 방문자는 38% 각각 늘었다. 매출액도 25% 증가했다. 2008년부터 중고도서 시장에 뛰어든 알라딘도 연평균 19%의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종로 강남 신촌 등에 문을 연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매출액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마켓에서는 전통적으로 중고거래가 많은 전자제품 외에 중고 의류가 인기다. 특히 중고 의류를 잘 사지 않던 남성의 구매가 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가격 부담이 큰 재킷, 패딩 등이 잘 팔리면서 최근 한 달간 중고 남성복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었다.
개인 간 중고 물품 거래도 활발해졌다. 개인들이 중고거래를 할 때 자주 이용하는 안전거래 사이트 ‘유니크로’에 따르면 중고물품 거래액은 2010년 450억 원, 2011년 520억 원, 2012년 11월까지 610억 원으로 증가했다. 유니크로 관계자는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나 유아용품은 물론 화장품까지 중고로 거래할 만큼 품목이 다양해졌다”라고 말했다.
대여 서비스도 기존의 정수기와 비데를 넘어 다른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방 후드 전문기업 하츠는 9월부터 후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츠에 따르면 출시 이후 주문량이 매달 25% 이상 증가하고 문의전화도 매달 30% 이상 늘고 있다.
옥션의 렌털 상품 종류는 돌잔치용품, 한복, 트레드밀(러닝머신), 자전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픈마켓 최초로 온라인 렌터카 전문점을 열기도 했다. 또 이마트는 2월부터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를 시작해 가전제품 수요가 가장 큰 7월에는 한 달간 1700건의 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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