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생활필수품인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일반 에너지기업과 다르다. 전기는 판매자가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안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고객이 요금을 내지 않는다 해도 무조건 전기를 끊을 수도 없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품이다 보니 판매자인 한전이 소비자들에게 전기 절약을 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2012년 12월로 한해서 얘기해보자면 이 회사의 최대 당면과제는 ‘겨울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다. 특히 강추위가 몰아칠 걸로 예상되는 올겨울은 어느 때보다 ‘블랙아웃’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전은 몇몇 제도와 대비책을 새로 도입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일반용(을)과 산업용(을) 전기를 쓰고 계약전력이 300kW 이상 3000kW 미만인 전력수용가를 대상으로 평상시 요금을 할인하는 대신 피크일·피크시간대에 3∼5배의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를 새로 도입한다. 고객은 이달 중에 모집하며, 피크일과 피크시간대는 하루 전에 수요예측을 통해 사전 지정해 안내해준다. 이 제도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전력 수요는 20만 kW 정도일 걸로 한전은 예상했다. 여기에 기존에 해오던 주간예고 수요조정제도에 더해 ‘당일예고제도’도 신설했다.
한전이 독자개발한 일일 수요예측 프로그램은 올해 10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기존 기온 요소뿐 아니라 풍속, 습도, 불쾌지수, 조도 같은 변수까지 예측에 반영하고 있다.
대국민 전기절약 속보방송은 기존에 ‘경계’ 단계(예비전력 100만∼200만 kW 미만)에서 방송사에 요청하던 것을 ‘주의’ 단계(예비전력 200만∼300만 kW 미만)로 한 단계 앞당겨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전 사업소가 참여해 대국민 절전홍보, 계획 단전에 대비한 사전 안내, 송변전 설비 긴급복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력수급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부의 절전 규제로 170만 kW의 전력수요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한전 측은 보고 있다. 1∼2월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용량 수용가 6000여 곳에 대해 전기사용량을 최대 10%까지 의무 감축하게 하는 이 규제 실행을 한전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한전 측은 “겨울에는 여름과 달리 전력 수요가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 등 하루 2번 피크를 이룬다”며 “이 시간 전기를 아껴 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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