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에 다녀왔다. 18세기 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 발상지로 한때는 세계 최대 조선도시였지만 이젠 조선업의 영광을 한국과 중국에 넘겨주고 금융, 바이오산업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산업사회 패러다임 변화문제를 다룬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을 읽으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에너지 공급체계로 산업사회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증기기관에 바탕을 둔 경제발전 과정이 1차 산업혁명이라면 화석연료를 토대로 전기 자동차 석유화학산업과 같은 중화학공업이 부상한 시기를 2차 산업혁명으로 본다.
문제는 화석연료에 바탕을 둔 산업사회 성장 패러다임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2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화석연료시대는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중앙집권적 체제를 만들었다. 거대 에너지기업이 탄생하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사회를 만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도 산업사회의 성장 메커니즘이 지닌 한계라는 것이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와 대규모 에너지 저장기술,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한 분산형 에너지 공급체계의 구축을 뜻한다. 경쟁과 집중보다는 분업과 협업 중심의 공생 비즈니스모델이 대세가 된다. 네트워크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따뜻한 인간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3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공급체계와 함께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방안까지 제시한 점이다. 저자는 ‘소유의 종말’에서 네트워크 접속권의 중요성을, ‘엔트로피’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공감의 시대’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와 순환하는 생태계의 조화를 강조했다. ‘3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저작들을 총망라한 일종의 미래비전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공생과 번영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는 우리로서는 저자가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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