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총 61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있습니다. 기존 형광등보다 훨씬 밝아 맑은 날씨에는 보통 6개 정도는 꺼둡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 3개만 꺼놨습니다. 어때요? 그래도 환하죠.”
안종섭 히로세코리아 과장은 전기기구와 코드 등을 연결하는 커넥터의 성형 공정이 이뤄지는 공장 내부를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7일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커넥터 생산업체 히로세코리아. 이 회사는 10월 사무실과 공장 내부 조명을 형광등에서 LED등으로 모두 바꿨다.
김지훈 히로세코리아 이사는 “LED등이 형광등보다 비싸 고민이 많았지만 지난달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든 것을 보고 ‘역시 바꾸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ED등으로 교체하기 전 한 달 평균 930만 원 정도였던 이 회사의 전기요금은 교체 뒤 55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 “전기료, 인건비에 불량률 감소까지”
김 이사는 직접적인 전기요금 절감 외에 조명 교체작업에 드는 인건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주택이나 사무공간보다 훨씬 층고(層高)가 높은 공장은 천장에 달린 조명을 바꿔 달기 위해 지게차를 동원하고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LED등은 수명이 훨씬 길기 때문에 연간 300만 원가량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로세코리아는 이번에 LED등으로 바꾸는 데 들어간 비용 2억3000만 원의 회수기간을 8.5년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기료 절감분만 계산한 것이다. 조명 교체에 따른 인건비 절감 등 부수적인 혜택까지 따지면 회수기간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LED등으로 바꾼 뒤 직원들도 눈의 피로감이 줄어 좋다고들 한다”며 “공장이 밝아지다 보니 3mm의 작은 커넥터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불량률도 줄어드는 등 미처 예상치 못했던 효과들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
김 이사는 “굳이 비싼 LED등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당장의 이익보다 에너지 효율 등 장기적 관점에서 해보자고 한 경영진의 판단이 옳았다”며 “이제는 반대 목소리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 PLC로 절전 차액 정확하게 측정 가능
LED등이 수명도 길고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기업들이 선뜻 교체하지 못하는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LED보급협회는 LED등으로 조명을 교체한 뒤 절약하는 전기요금으로 구매 및 설치비를 갚게 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전기료 절감을 통한 공사비 회수기간은 대개 3∼5년으로 예상된다.
한국LED보급협회는 “등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파워라인커뮤니케이션(PLC·Power Line Communication)을 LED에 접목했다”며 “절전관리회사를 통한 PLC 절전관리 시스템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특허 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PLC는 전력 사용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해 절전 정도를 확실하게 계산하는 전력 통신망을 말한다.
방병국 한국LED보급협회 전무는 “정부가 8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8% 인상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지만 LED등으로 조명을 교체한 업체들은 전기요금이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LED보급협회는 산업단지공단에 입주한 공장에서 사용하는 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협회는 산업단지에서 쓰는 조명 1500만 개를 모두 LED로 교체한다면 연간 225만 kW에 이르는 전기를 절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50만 kW급 화력발전소 4기를 새로 짓는 효과와 맞먹으며 전기요금 절감액은 연간 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김기호 한국LED보급협회 회장은 “에너지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에서는 이미 산업단지와 지하 주차장 등 전력소비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LED등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매년 여름과 겨울에 전력난을 겪는 한국에서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LE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