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내린(원화가치 상승) 1079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9일(1077.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 하락은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채권 매입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 쏟아져 들어온 게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10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269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8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순매수한 국내 주식은 8990억 원어치로 지난달 외국인투자가들의 순매도 규모(6170억 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주말 사이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좋게 나온 점이 10일 외환시장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팔려는 수출 기업들이 달러화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환율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거론되는 정부 규제 수준으로는 환율 하락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며 “연말까지 1060원 선까지는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추가 조치를 준비 중이다. 정부는 우선 외국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의 비율) 한도의 적용 방식을 ‘1개월 평균’에서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물환 포지션의 한도가 하루라도 기준을 넘으면 당국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규제의 강도가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씩 줄이는 1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는)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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