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서 피팅에 대한 고객 상담을 하는 여러 가지 케이스 중에서 남성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여성 골퍼를 자주 접한다. 여성이 남성 클럽을 사용하는 경우는 대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주로 여자 고수들에게 많은 일이지만) 본인이 여성용 드라이버보다는 남성용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 둘째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위에서 남성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권유하는 경우, 셋째 (가장 불행한 경우이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편에게서 물려받아 사용하는 경우다.
남성용 드라이버의 경우, 물성이나 드라이버 스펙의 특성 상,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소위 '미국스펙'이라 불리는 드라이버이다. 세 가지 부류 중에서 가장 무겁고 샤프트가 강한 축에 속한다. 둘째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일본스펙'의 드라이버다. 전자보다는 10그램 정도 더 가볍고, 더 부드러운 샤프트가 장착돼 있다. 셋째 그룹은 같은 일본스펙이만 시니어 층에 특화된 매우 가볍고 부드러운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 그룹이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근력과 헤드스피드를 갖는 여성 골퍼가 첫째 그룹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최악의 조합이다. 미국스펙의 드라이버는 평균 무게가 약 310그램 정도이다. 여성의 근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무게와 강도로 인해 코킹이 빨리 풀리게 되며, 임팩트 시 헤드페이스를 스퀘어로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내가 클럽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악성 슬라이스나 푸시성 구질이 많이 나오게 되며 볼의 탄도도 낮다.
헤드스피드가 시속 70마일을 웃도는 여성 그룹, 평소에 여성치고는 드라이버 거리를 좀 낸다는 여성 그룹, 여성용 드라이버를 치면 볼이 너무 뜬다는 여성 그룹들은 시니어 층을 겨냥한 드라이버를 사용할 경우 재미를 볼 수도 있다. 일본스펙의 시니어용 특화 드라이버들은 대게 총중량 285그램 이하에 매우 부드러운 샤프트가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총중량과 샤프트 강도가 적절한 시니어용 드라이버라고 하더라도 여성이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있다. 시니어용 드라이버들은 대게 헤드스피드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가볍고 길게 만드는데, 그 길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클럽의 길이가 길어지면 관성모멘트가 더불어 증가한다. 임팩트 시 헤드페이스를 스퀘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동일한 중량의 짧은 클럽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여성의 근력으로는 그러한 퍼포먼스가 버거울 수 있다.
완제품 골프클럽들은 편의상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분류해 판매하지만, 클럽피팅 분야에서는 엄밀하게 따지만 남성과 여성을 분류하는 것은 잘못된 구분이다. 드라이버의 입장에서는 나를 휘두르는 주인의 성(性)을 알 수 없다. 단, 주인의 파워와 스피드대로 휘고, 반응하고, 움직일 뿐이다.
여성의 평균치 체력과 체형보다 우수한 경우,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여성 골퍼들보다 드라이버 거리가 많이 나가는 경우, 여성 클럽은 너무나 가볍고 낭창댄다는 느낌을 갖는 여성 골퍼의 경우라면 전문가와의 피팅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절한 스펙의 드라이버로 무장하는 노력이 때로는 절실히 요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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