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멕시코 전력청에서 매월 800만 달러(약 86억4000만 원) 이상을 요금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어찌 보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죠.”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멕시코 만사니요 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한창 가동 중인 기화설비 앞에서 한국가스공사 황영태 현지 법인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LNG 터미널은 해상에서 선박으로부터 LNG를 넘겨받아 저장했다가 필요 시 기체로 바꿔 발전소 등에 공급한다. 이곳은 8.9km 떨어진 인근 화력발전소는 물론이고 300km 거리의 과달라하라 화력발전소에도 연료를 보내고 있다.
2008년 삼성물산과 가스공사가 민관 합동으로 수주해 올 6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만사니요 LNG 터미널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총 4억9000만 달러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지원했다. 시공과 운영, 소유를 사업자가 모두 맡는 ‘BOO(Build, Own, Operate) 방식’이어서 운영기간(20년) 내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PF 시장규모(1120억 달러)의 절반(560억 달러)을 이와 같은 에너지 인프라가 차지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경제개발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이머징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대체투자가 절실한 국내 금융권으로선 호기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분야의 PF 투자는 ‘노른자위’로 통한다. 한 시중은행 발전사업 관계자는 한파에 따른 전력사용량 급증 때문에 전력거래소가 ‘관심 경보’를 발령한 11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력난이 우리에겐 기회”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전력 부족에 따른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민자발전(IPP) 사업을 늘리고 있어서다.
IPP는 민간 사업자가 시공은 물론이고 장기간 운영을 맡아 전력판매 요금으로 수익을 거두는 사업방식이다. 정부는 민간 자본을 활용함으로써 재정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고, 민간 사업자는 한국전력에 전력을 팔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관련 업계에선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개 안팎의 IPP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관련 PF 시장 확대에 대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정책금융공사는 SK E&S가 추진 중인 장흥·문산 화력발전소와 한국남동발전의 신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에 PF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칠레 코크란 석탄화력과 미국 샌안토니오 태양광 발전소 등 5건의 해외 발전사업 투자도 노리고 있다.
발전 PF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KDB산업은행은 2010년 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당시 선정된 동부그룹의 당진 석탄화력발전소와 STX 동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금융지원을 맡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에선 KB국민은행이 선도적이다. 올해 들어 경기 동두천시 LNG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총 1조2650억 원의 금융 조달을 주선했고, 43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경기 안양시 열병합발전소 지분 50%를 인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발전팀을 신설한 신한은행은 조만간 태양광발전소 2곳, 풍력발전소 한 곳에 대출을 내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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