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美 달러 파워, 北 미사일보다 강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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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연중최저-코스피 2000선 돌파

미국 달러의 힘이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보다 강했다.

13일 코스피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악재를 뚫고 3개월 만에 2,000을 탈환한 원동력은 미국에서 날아온 4차 양적완화(QE) 발표였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1월부터 매월 450억 달러(약 48조1500억 원)씩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에 외국인 매수세가 늘어났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389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5000억 원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것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시행으로 9월 14일과 17일에 각각 1조2830억 원과 5145억 원을 사들인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5개월 만에 2,000 선을 넘었다.

외국인은 11거래일째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달 29일부터 순매수한 액수는 2조 원이 넘는다. 미국 등 주요국이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보인 데다 경기부양책 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수세한 급증한 것도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이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수세도 1조 원에 육박했다.

달러의 힘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3.00원 내린(원화가치 상승) 1072.00원에 개장해 오전 한때 1071.00원까지 하락폭을 넓혔다. 환율이 지지선으로 인식되는 1070원 선에 다가서자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달러를 싸게 확보해두려는 수입업체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10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환율이 빠지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추가 부양에 따른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국내 금융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한국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열린 12월 정례회의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전망과 연관이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수출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여전해 경기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경기가 더 악화됐을 때 사용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망에 대한 질문에 “여러 방향이 혼재된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보기도 어렵고 빠른 회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벌어지는 급격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이 자칫 환율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져 당분간 원화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의 ‘방향’을 바꾸려는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최근 환율 추세의 특이성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 방침이 더이상의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칠 경우 환투기 세력이 오히려 환율을 더욱 크게 하락시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황진영·이상훈 기자 buddy@donga.com
#코스피#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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