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생상품 시장 쪼그라들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정부 규제와 시장침체로 거래량 작년의 반도 안돼
中서 투자제한 완화하면 외국인 이탈 가속화 우려

세계 1위의 거래량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 파생상품시장이 정부의 규제와 증시 침체로 올 들어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과 후발주자인 중국의 급성장으로 당분간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파생상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774만799계약으로 지난해 1583만8535계약에 비해 5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1999년 이후 13년간 줄곧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 규모가 올해는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이어 2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55조2783억 원으로 지난해(64조3807억 원)와 비교할 때 14.1% 감소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감소한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파생상품시장 규제가 더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10년 11월 옵션만기일 장 마감 직전에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1조6000억 원의 대규모 매물이 쏟아져 코스피가 53.12포인트 급락한 ‘옵션쇼크’ 이후 옵션매수전용계좌를 폐지하는 등 파생상품시장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4·11총선 때 정치권이 제기한 ‘경제민주화’ 요구로 국회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에 2016년부터 파생상품 거래세가 도입되고 중국이 파생상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하면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파생상품시장은 문을 연 지 2년 반 만에 이미 거래대금 규모에서 한국을 제치는 등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에게 전체 거래대금의 10%만을 개방하고 있는 중국 파생상품시장이 앞으로 투자 문턱을 낮추면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찾던 외국인들이 중국 시장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우려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시장 축소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한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이 침체되면 선물·옵션 등과 연계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파생상품#증권#금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