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21개월 연속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 전체에서 새로 창출되는 부가가치보다 가계의 빚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의미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계신용)는 937조5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5.6%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합친 액수다.
올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5.6%)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4%)의 두 배가 넘는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1년 1분기(1∼3월)부터 현재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명목 GDP성장률을 1.7∼4.2%포인트 웃돌았다. 올해도 1분기 2.7%포인트, 2분기(4∼6월) 2.3%포인트, 3분기 3.2%포인트씩 성장률과 차이가 났으며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해 6월에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보다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부채 증가가 경제의 부가가치 증가를 넘어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 경우 재정상태가 나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올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8월과 같은 1.01%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는 은행 등 제1금융권 대신 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의 증가폭은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한은은 “3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가계부채 증가폭이 4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전년 동기대비 10∼11%씩 증가하던 분기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2011년 8∼9%로 낮아져 올해는 1분기 7.0%, 2분기 5.8%로 폭이 줄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신용 증가율이 올해 4% 중반 수준까지 떨어져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성장률을 넘는 가계부채 증가는 경기위축이 장기화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명목 성장률을 높이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워주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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