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문센인가, 아니면 스콧인가? 1911년 아문센과 스콧은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에서 아문센은 탐험대에 승리와 무사귀환을 안겨주었고 스콧은 대원들을 패배와 죽음으로 이끌었다. 무엇이 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선택’(김영사)에서 그들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한 원인이 외부적인 상황이 아닌 내부적인 문제에 있다고 봤다. 예상치 못한 눈보라와 폭풍우가 몰아쳤던 환경이 아니라 남극 원정을 계획하고 준비했던 행동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문센과 스콧의 사례가 오늘날 불확실하고 극단적인 환경에 놓인 기업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동종 업계의 주가를 최소 10배 이상 앞질렀던 이른바 ‘10X기업’의 리더들은 특유의 행동양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째는 광적인 규율이다. 예기치 못한 도전과 충격에 맞닥뜨리더라도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를 위해 고집스럽게 행동하는 자세다. 둘째는 실증적 창의성이다. 아문센이 스콧과 달리 수백 년간 에스키모들이 이용해온 개썰매를 선택했던 것처럼 항상 경험적으로 증명된 토대 위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실행력이다. 셋째는 생산적 피해망상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며 극도의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상황 변화에 집요하게 대비하는 태도다.
물론 이 책의 연구가 끝난 뒤 분석 대상 기업의 흥망이 뒤바뀌기도 했다. 예컨대 애플은 연구 당시에는 쇠락한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가장 눈부시게 재기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부활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상품 개발이 아닌 규율 강화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결국 외부적인 환경이 아닌 신중한 선택과 규율 있는 실행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율은 본질적으로 일관성 있는 행동을 뜻한다. 일관성 있는 작은 행동이 위대함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경영의 ‘구루’(영적인 스승)인 콜린스의 실증적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또는 미래의 경영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