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朴 vs 文경제공약 심층점검<6·끝>대기업의 금융사 소유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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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 모두 “금산분리 강화”… 재계 “외국자본만 득 볼수도”

‘경제민주화’ 논란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와 함께 대기업집단(그룹)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해 온 주제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산업자본)과 은행(금융자본)을 갈라놓을 것이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각 그룹의 지배구조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실마리를 풀기가 쉽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는 규제 강화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두 후보가 모두 금산분리의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관련법이 손질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에 재계는 규제 강화가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 막고자 도입

한국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에 ‘방화벽(파이어월)’을 두는 제도는 1982년에 시작됐다. 당시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대기업이 은행을 가져가면 사(私)금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은행법에 ‘시중은행에 대한 동일인 지분한도를 8%로 제한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1994년 산업자본 부분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법을 고쳤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09년에 그 보유한도는 9%로 완화됐다.

거꾸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도 현행법의 규제를 받는다. 현재 보험 증권 카드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비(非)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제한 없이 취득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은 전체 지분의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금산분리에 대해 “은행에 대해서는 이전 정권 수준으로 되돌리고 제2금융권과 관련한 규제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는 금융계열사가 행사할 수 있는 비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를 현행 15%에서 5%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도 의결권을 5%까지 낮추는 데 동의하지만 일정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후보 모두 현재 은행 및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방안도 같다.

○ “경제력 집중 해소” vs “금융 산업 약화”

금산분리 강화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금산분리가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으면 은행이 대기업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등 금융자본의 흐름이 왜곡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저축은행 사태는 결국 대주주가 고객의 돈을 사익(私益)을 위해 써 문제가 된 것”이라며 “고객의 돈인 금융자본을 계열사 출자 및 경영권 방어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국내 금융산업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금융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11개 그룹 내에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5% 초과 지분은 현 주가를 기준으로 약 7조 원어치다. 경영권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총수나 다른 계열사가 그만큼의 돈을 더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의결권을 잃은 채 그대로 두면 순환출자를 기반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현재 금산분리 관련 규정을 둔 선진국은 미국 등 6개국뿐이며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은행지주회사는 대부분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사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산분리#경제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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