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부천시 마이크형 노래방기기 제조업체인 E사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 20여 명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황마담’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오모 씨(41). 그는 2006년부터 웨딩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오 씨는 주총 두 달 전부터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 주식의 23.6%인 200만 주를 80억 원에 사들였다. 오 씨는 회사 경영진도 교체하고 자신은 부회장에 취임했다. 영화 방송물 제작에 투자하고 연예인 매니지먼트사업을 추가해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씨가 최대주주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9억9000만 원 규모의 소액 유상증자에 1000억 원 가까운 청약금이 몰렸다. 주당 1100원이던 주식도 24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인수합병(M&A) 전문가 박모 씨(41)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을 쉽게 끌어모으려고 오 씨를 내세운 것. 박 씨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 씨 명의로 서울 명동의 한 사채업자에게서 45억 원을 빌렸다. 그 대가로 오 씨는 자신의 웨딩컨설팅업체에 5억 원을 출자 받았다. 박 씨 등은 인수 뒤 10개월 동안 16차례에 걸쳐 회삿돈 59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8일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박 씨 등 2명을 구속했고 오 씨 등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