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M&A 시장에서 재미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국민은행은 2006년 5월 론스타와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주인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국부유출 논란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금융당국이 승인을 늦춘 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지분을 인수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습니다.
최근에는 우리금융지주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노조의 반대와 정치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KB금융그룹이 그동안 M&A 시장에서 거둔 성과물은 2008년 한누리투자증권과 올해 초 정부가 떠안긴 제일저축은행이 전부입니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이 M&A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 실패를 꼽습니다. 주요 주주가 없는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시절부터 행장을 뽑을 때 정부의 입김에 휘둘렸습니다. 2008년 9월 지주 출범 이후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거나 내정됐던 금융지주 회장 후보자가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영권이 불안정하다 보니 M&A 작업도 장기 성장전략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정부의 요구나 단기성과를 올리려는 최고경영자(CEO)의 무리한 욕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M&A에 잇따라 성공하며 급성장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라응찬과 김승유라는 ‘오너급’ CEO가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면서 기회가 왔을 때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습니다. KB금융그룹이 1등 금융지주가 되기 위해서는 두 금융지주처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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