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이 등장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슈퍼 와이파이 무료 제공’이라는 공약도 나왔다. 전국 어디서나 무료로 와이파이를 쓰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슈퍼 와이파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정책이다. 디지털TV 방송이 내년에 시작되면 기존 아날로그TV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데 이때 남는 주파수를 이용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슈퍼 와이파이 도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슈퍼 와이파이가 불러올 미래
슈퍼 와이파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무선인터넷 통신망을 만들고 여기에 접속해 무료 또는 싼값에 무선인터넷을 즐기는 통신기술이다. 여기까지는 기존 와이파이와 같지만 와이파이가 2.4GHz(기가헤르츠)의 고주파 대역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슈퍼 와이파이는 TV 방송을 실어 나르던 700MHz(메가헤르츠)의 저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저주파 대역의 주파수는 전파가 더 멀리 가고 건물 벽도 잘 통과한다. 따라서 슈퍼 와이파이는 적은 기지국으로 더 넓은 범위를 서비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이파이는 실외 도달 범위가 100m이지만 슈퍼 와이파이는 이론적으로 약 30km까지 전파가 이른다. 단, 통신 속도는 와이파이가 더 빠르다.
따라서 슈퍼 와이파이가 도입된다면 통신 속도의 향상보다는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이나 와이파이존 등 무선인터넷 설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과 산간·도서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 투자하기를 꺼렸는데 슈퍼 와이파이존은 이런 지역에도 저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산하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현재 도서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약 27.3%에 그친다. 협회 측은 “슈퍼 와이파이가 보급되면 도서 및 산간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을 단숨에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슈퍼 와이파이는 도심에서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지하철, 터널 등에서 매몰사고가 일어나면 기존의 와이파이나 이동통신망은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는 능력이 떨어져 통신이 힘들었다. 하지만 슈퍼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소방방재청 같은 기관도 슈퍼 와이파이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 슈퍼 와이파이 도입 효과
관련 산업의 발전도 기대된다. 기존 이동통신망은 통신사가 정부로부터 주파수 독점사용권을 임차해 만든 것인 데 비해 슈퍼 와이파이는 정부 허가가 필요 없는 비(非)면허 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슈퍼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기기 제조사가 기기의 인증을 받으면 누구나 관련 주파수를 쓰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슈퍼 와이파이 무선공유기, 슈퍼 와이파이 지원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나올 것으로 보여 관련 제조업체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정보기술(IT) 업체가 슈퍼 와이파이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동영상이나 음성 같은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통신사와 갈등을 빚어왔는데 슈퍼 와이파이가 통신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측은 “무선인터넷 기술이 앞선 한국에서 슈퍼 와이파이 산업이 활성화되면 국토가 넓고 통신 인프라가 뒤떨어진 개발도상국에 국산 통신기기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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