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과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 4180억 달러(약 449조 원)를 5년 만에 대부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입한 168조6000억 원의 공적자금 중 지난 15년 동안 약 62%만 회수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 재무부는 19일(현지 시간) 제너럴모터스(GM)에 2009년에 투입한 공적자금 500억 달러 중 현재 남아있는 209억 달러를 두 단계에 걸쳐 정부 보유 주식(5억10만 주)을 시장에 내다파는 형식으로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2억 주를 주당 27.50달러에 팔아 55억 달러를 12∼15개월 이내에 확보하고 나머지도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 정부는 11일 가장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미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정부 보유 지분 16%도 시장에 매각해 1823억 달러(약 196조 원)를 전액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원금은 물론이고 151억 달러의 이익까지 남겼다.
AIG 지분 매각으로 2008년 10월 이후 4180억 달러가 투입된 전체 공적자금 가운데 약 3810억 달러가 회수돼 회수율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미회수 공적자금 370억 달러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에 투입된 공적자금 잔여분(209억 달러)까지 회수하면 거의 전액을 회수하게 된다. 나머지는 정부가 당장 매각할 수 있음에도 각 금융회사와 기업에 전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다.
미 정부는 2008년 이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금융회사 116곳과 GM과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 등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위기 조기 진화에 상당한 효과를 봤다. 미 정부는 씨티그룹 공적자금 투입으로 원금 회수는 물론이고 120억 달러의 이익을 챙기는 등 금융회사 공적자금 투입에는 짭짤한 수익까지 올리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15년이 지나도록 공적자금 회수가 지지부진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7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168조6000억 가운데 10월 말 현재 104조9000억 원(62.2%)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회수율이 2006년 50.2%를 기록한 이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이 지연되면서 거북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영권이 없는 우선주를 매입해 손쉽게 손을 털 수 있는 방식을 택한 반면 한국은 정부가 경영권에 집착해 보통주를 사들인 것이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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