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만 쓰자” 체크카드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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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경기불황에 1억장 첫 돌파

계좌에 예치된 금액 안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의 누적 발급건수가 지난달 1억 장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불황을 맞아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계획적인 소비생활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정부가 소득공제와 같은 혜택을 늘리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발급된 체크카드(누적 물량 기준)는 모두 1억20만 장으로 지난해 말(8975만 장)보다 1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용카드는 금융당국의 휴면카드 정리에 따라 같은 기간 1억2214만 장에서 1억2000만 장으로 되레 줄었다.

외국과 달리 신용카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최근 체크카드 성장속도는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카드 사용실적 중 체크카드 비중은 2009년 기준 9.0%로 독일(92.7%)이나 영국(74.4%) 미국(42.3%) 등에 비해 미미하다.

이는 국내 카드사들이 소액 결제 위주인 체크카드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신용카드에 영업비중을 두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신용카드는 할부결제가 가능해 체크카드에 비해 평균 결제금액이 높고, 카드사가 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도 많다.

이런 상황에도 체크카드의 발급건수가 최근 급증한 것은 정부가 올해 연말정산부터 체크카드 소득공제율(30%)을 신용카드(25%)보다 높인 게 결정적이었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20%에서 15%로 더 줄어들 예정이어서 체크카드와의 소득공제율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아예 없앨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을 유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 업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를 발급할 때 은행들이 계좌 이용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은행계좌 이용 수수료율도 0.5%에서 0.2%로 내렸다.

체크카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은행계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부가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계좌입금액 이외에 월 30만 원까지 소액 신용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24일 내놓았다. 하나SK카드도 30만 원 한도의 소액결제와 함께 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메가캐시백2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소비생활 유도 차원에서 체크카드 비중을 더 높이려면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평균 2.1%에서 1.9%로 내렸지만 체크카드는 여기에서 빠졌다.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일반가맹점의 경우 1.5∼1.9%로 신용카드와 별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먼저 물건 값을 지불하고 나중에 고객으로부터 돌려받는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고객 계좌에서 돈이 직접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수수료율 인하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체크카드가 소액결제 위주인 데다 신용카드처럼 결제대행사(VAN) 수수료가 빠져나가 원가부담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체크카드#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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