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카페]떡시장 규제 부작용… 빵시장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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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2006년 떡집 프랜차이즈 ‘빚은’을 선보였다. 초콜릿, 블루베리 등을 넣은 퓨전 떡과 빙수 메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을 희망하는 자영업자들도 줄을 이었다. 5년 만에 매장은 전국 160개로 늘었다.

그러나 빚은의 성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떡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해 SPC에 떡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부터다. 이후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SPC의 떡 프랜차이즈 사업은 ‘올 스톱’ 됐다. SPC 관계자는 “법적 효력이 없다 해도 기업으로선 국가기관의 권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추가로 매장을 내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이미 낸 지점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동반성장위의 시장 개입으로 피해를 입은 쪽은 SPC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피해자는 빚은 매장을 차린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평생 모은 돈 수억 원을 투자해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내고 가게를 얻었다. 동네 빵집, 떡집 사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떡 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자연스레 빚은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고, 소비자의 관심도 떨어지면서 사실상 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빚은 가맹점주들의 소박한 꿈도 희미해지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성장도 보장받지 못하는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기업도 흥이 날 리가 없다”며 “예전만큼 신제품 개발이나 광고 마케팅에 돈과 정성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더 나은 가격과 맛, 품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과도한 규제의 피해자인 셈이다.

동반성장위는 27일 제과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에 앞서 동반성장위는 ‘현 매장의 2% 이내 또는 연간 50개 이내 추가 출점’을 내용으로 하는 중재안을 내놓고 21일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대한제과협회를 불러 모아 합의를 종용했지만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27일에는 중재안보다 더 규제를 강화한 안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빵 시장에서는 또 어떤 피해자들이 생길까. 동반성장위는 떡 시장 개입을 통해 겪은 과도한 규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신중히 분석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자영업자들까지 고려한 안을 내놔야 한다.

김지현 산업부 기자 jhk85@donga.com
#떡시장#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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