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뉴 트렌드]“조직에 매이기 싫어” 슈퍼 비정규직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미국인 에드 트레비사니는 평일 한낮인데도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는 비영리단체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지역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낮 시간대에 뒷마당에 앉아 혼자 여유를 즐길 시간도 있다. 하지만 수입은 예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때 못지않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주요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임원들에게 영업, 변화관리, 합병 관련 조언을 해준다. 그의 직함은 ‘프리랜서 계약직’이다.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이라고 하면 임금이 적은 단순한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확산되는 ‘슈퍼 비정규직(supertemp)’은 이와 전혀 다른 새로운 고용 현상이다. 슈퍼 비정규직은 최고경영자와 변호사, 컨설턴트를 망라하는 전문직이다. 명문대학과 기업에서 훈련받은 이들은 한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기를 선호한다. 기업들은 정규직원이나 외부 회사에 용역을 줬던 중요 임무를 이들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슈퍼 비정규직은 고급 인력들에게 새로운 유연성과 자유를, 기업들에는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우수한 인재를 사내에 두는 게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고급 인력 시장이 발달하면서 외부의 인재를 얼마든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또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필요로 하지만 항상 이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전문가는 해당 거래가 있을 때만 유용하다. 이런 이유로 슈퍼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경제학 권위자인 하버드대의 로렌스 카츠 교수는 “19세기 장인과 비슷한 새로운 노동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디 그린스톤 밀러 비즈니스 탤런트 그룹 최고경영자 등은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에서 슈퍼 비정규직의 부상을 집중 분석했다. 이들의 논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1월 15일자)에 실려 있다. 이들은 전문직들의 삶이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좀 더 자율적으로 살면서 일하고 싶은 욕구가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직#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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