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현석동 한강변의 호수아파트. 강 자락에 자리했지만 방음벽 때문에 1, 2층 주민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기는커녕 집 안이 어두침침해지는 것까지 감수해야 했다. 지하주차장이 좁은 것도 골칫거리였다.
그랬던 호수아파트가 변신했다. 기존 1, 2층을 필로티(벽체 없이 기둥만 있는 공간) 구조로 바꾸는 대신 해당 주민이 입주할 수 있도록 아파트를 기존 10층에서 12층으로 높였다. 기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2개층이나 높인 것은 국내 최초다. 63m², 66m², 69m²였던 전용면적도 82m², 85m², 87m²가 됐다.
리모델링 조합장 정동원 씨는 “일부 층에서 비까지 샜던 낡은 아파트가 새집이 된 데다 지하주차장 주차대수도 30대에서 90대로 늘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집값도 상당히 뛰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과 달리 이 아파트는 ‘문제아’가 됐다. ‘밤섬 쌍용 예가 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꾼 이 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성공하면서 다른 아파트들도 같은 방식의 리모델링을 하려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는 곧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하고 공청회도 추진하는 등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정부의 반대에도 어떻게 이 아파트는 수직증축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시기는 2010년. 당시 법은 1층을 필로티로 설계할 때 최상층을 몇 개 층이나 늘릴 수 있는지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쌍용건설이 2개층 높이로 필로티를 설치하는 대신 2개층을 증축하겠다고 하자 마포구도 법 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허가했다. 국토해양부가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후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주택법을 개정해 필로티 구조로 바꿀 경우 1개층만 증축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안전성과 재건축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밀시공을 해도 기존 건축물에 2개층을 높이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소형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설 등 여러 제약을 받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이런 조건이 없어 ‘집값 높이기’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바닥 마감 두께를 최소화하고 벽체를 무게가 가벼운 경량벽체로 바꿔 건물 하중을 줄이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수직증축 대신 단지 좌우나 앞뒤를 키우는 ‘수평증축’과 여유 용지에 별개의 건물을 신축하는 별동 증축은 가능하도록 해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를 기존의 10%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증축은 주민들이 반기지 않는다. 제한된 면적에 건물을 늘리면 주거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여전히 수직증축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들의 기대는 더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 방문 같은 압박행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이형욱 회장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가운데 수평·별동 증축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만큼 수직증축이 꼭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도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일반분양분이 적어 리스크는 작고 수익성은 좋은 편”이라며 “리모델링 제한이 풀리는 데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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