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세계 1위를 지켜 온 한국의 선박 수출 실적이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해 1∼10월 중국 조선업계가 336억 달러(35조6160억 원)어치의 선박을 수출해 우리나라를 1억 달러 차로 앞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3일 내놓았다.
지난해 1∼10월 한국의 조선 수출은 335억 달러(약 35조5100억 원)로 2011년보다 28.2% 줄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조선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국내 조선업은 2011년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중국은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계가 주춤한 사이 빠르게 성장해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조선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선업에서 미래 성장성을 나타내는 수주액의 양과 질에서 국내 업체들이 아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 조선업
한국의 조선 수출이 급격히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기 침체가 극심한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조선 수출 물량 가운에 유럽 지역 수출 비중은 29.6%로 중국(14.4%)과 일본(13.2%)에 비해 크게 높았다. 한국 조선산업이 유럽 경제위기와 세계 교역량 감소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었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선박을 수주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조상현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낮은 가격으로 계약한 선박을 지난해 인도한 것이 수출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 실적도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화물선 수출이 부진해 줄긴 했다. 하지만 화물과 여객을 동시에 나르는 화객선(貨客船) 수출이 활발해 화물선의 부진을 상쇄했다. 또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낮고 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 고부가 선종으로 ‘글로벌 톱’ 유지
지난해에는 부진했지만 올해 국내 조선 수출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3년 후 수익의 선행 지표인 수주금액이 중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위기를 체질 변화의 기회로 삼아 수출의 주력을 상선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로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주액 100억 달러를 넘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비중이 70%가 넘는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력은 중국이 국내 업체를 따라올 수 없다”며 “수주의 양과 질은 국내 조선사가 중국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도 일반 상선시장은 얼어붙고 육·해상 플랜트 발주만 다소 살아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7∼10% 높여 잡고 수주의 ‘질’과 ‘양’ 모두를 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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