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는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전세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손님 한두 명이 있으면 그나마 나은 편.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중개사들만 썰렁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10년째 이곳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부동산랜드 최현진 대표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자 그나마 있던 상담전화도 끊겼다. 거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개포동 일대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지난해 월평균 50여 건의 매매가 이뤄졌던 곳. 하지만 새해 들어 ‘개점휴업’ 상태다.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소형아파트가 많은 개포동이 이 정도면 다른 동네 사정은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이 무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3%로 인하됐던 취득세율이 올해부터 2∼4%로 원상 복귀하자 가뜩이나 움츠러든 부동산시장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행운공인의 이모 대표는 “9억∼12억 원대 아파트가 많은 이곳에선 취득세 감면 폭이 커 지난해 말 ‘반짝 수요’가 있었는데 지금은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취득세가 배로 뛰며 수백, 수천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일부 매수자는 구두로 오가던 계약을 무산시키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B중개업소 대표는 “한신8차 56m²가 4억8000만 원에 나왔는데 작년 말 가격을 낮춰달라던 수요자가 올 들어 늘어난 세금만큼 500만 원 더 깎아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시장의 실망감은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128m²·12억 원), 강동구 둔촌동 둔촌푸르지오(138m²·7억6000만 원) 등은 지난해 11월 말에 비해 호가가 6000만 원 이상 급락했다.
새누리당이 뒤늦게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감면 대책이 확정될 때까지 매수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뿐 아니라 최근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선 잔금 납부와 입주를 미루는 계약자도 나오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잔금 납부를 미루면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는데도 고민하는 계약자가 있다”며 “잔금이 제때 안 들어오면 건설사도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매수심리가 더 얼어붙으면서 ‘취득세 쇼크’ 불똥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을 조짐마저 보인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확실하다며 매매를 미루고 전세를 찾는 문의가 온다”며 “연초 학군수요에 취득세 불똥을 맞은 전세수요까지 생겨 전세금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홍구 공인중개사협회 동작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요자들은 새 정부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연장이 늦어지면 부동산시장 침체가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면 취득세 감면 혜택을 재개해도 되살리기 어렵다”며 “법개정을 처리할 임시국회가 언제 열리는지, 소급적용을 할 것인지 등을 밝혀 정책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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